중국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적인 도입을 목표로 중앙정부의 방침 아래 대도시별로 시범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느라 여념이 없다. 작년 5월부터 선전, 쑤저우 등 일부 도시를 시작으로 시범도시 및 발행규모도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 춘절 연휴기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명령으로 고향을 못 가는 일부 베이징 시민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세뱃돈을 지급한 바 있다. 베이징 동성구 정부는 사전예약신청과 추첨을 통해 5만명에게 각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약 17억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무료로 지급했다. 이른바, ‘디지털 왕푸징 빙설 쇼핑데이’란 이름으로 2월 10~17일의 춘절 연휴기간 식당, 숙박, 쇼핑 등 비용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장쑤성 쑤저우는 더욱 적극적이다. 작년 12월 추첨을 통해 선별된 10만명에게 각 200위안씩 총 2000만 위안(약 34억원)의 디지털 화폐를 무료로 지급했고, 이번 춘절 연휴 때는 규모를 확대해 총 15만명을 대상으로 3000만 위안(약 52억원)의 디지털 세뱃돈을 풀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디지털 위안화 시범운영 테스트를 겸한 소비 부양책인 것이다.
작년부터 본격화된 디지털 위안화 유통은 단순히 오프라인 상점 결제를 넘어 전자상거래 온라인 결제 및 일반 체크카드 형태로 진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시범운영을 통해 중간 매개체 없이 디지털 위안화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펑이펑(碰一碰; 부딪쳐 보세요)’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펑이펑은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기반의 결제 기능이 있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끼리 접촉하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종이화폐의 달러 제국인 미국에 대항해 디지털 화폐의 위안화 제국 건설을 위한 중국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기술로 디지털 화폐를 이미 낙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안화 국제화의 조기 실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16일에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가 디지털 위안화의 국경 간 유통을 위한 공동 합작법인을 베이징에 설립했다.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송금 및 국경 간 결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도이다. 주춤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안녕하십니까? 통화의 국제화는 일반적으로 무역결제통화·투자통화·비축통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중국은 위안화의 주변화·지역화·국제화의 단계별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2009년 위안화 무역결제를 중심으로 위안화 국제화의 시동을 걸었고, 국제결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영향력은 미흡하지만 규모는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2015년 10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독자적인 국제결제시스템인 ‘위안화 국제은행 간 결제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s System, CIPS)’을 출범시키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90여국 900여개 은행들이 CIPS에 참여하면서 규모 및 존재감도 커져가는 형국이다.
투자통화로서 위안화의 성장은 더욱 가파르다. 코로나 및 미·중 간 마찰로 인해 중국기업의 해외투자(ODI)에 영향을 미쳤지만 완만히 상승하는 추세이고, 외국기업의 대중투자(FDI)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유엔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중국의 FDI는 1630억 달러로 사상 처음 미국(1340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외국자본 유치국가가 되었다. 중국이 작년 대비 4% 증가하는 사이, 미국은 49% 하락했다. 위안화 간접투자 형태인 금융상품투자도 코로나 시국에 ‘나 홀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경제에 돈을 베팅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중국의 신규펀드 발행규모도 3조 위안(약 514조원) 규모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2020년 주식시장 IPO 규모도 역대 2위를 기록할 정도다. 역외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주식·채권 규모와 비중도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특히, 상하이 커촹반에 이어 선전 차스닥에도 IPO 등록제가 도입되고, 금융시장의 대외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비축통화로서의 위안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1%에 이르고 위안화는 2%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국가 및 싱가포르, 타이완 등 대중화권을 중심으로 위안화의 주변화를 실현하고 있고, 나아가 일대일로를 통해 위안화의 지역화를 본격화하는 추세다. 중국은행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일대일로 연선 국가와 결제한 위안화 규모가 2조7300억 위안(약 468조원)으로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또한 일대일로 연선 국가 화폐통화 간 외환거래 규모도 2042억 위안(약 35조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일대일로 참여국가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결제수요도 늘어나는 구조지만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와 보편적인 반중국 정서가 높아짐에 따라 향후 위안화의 국제화에 더욱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촘촘한 반중 연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탈(脫)달러’ 세력권 형성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중국은 지폐 화폐가 아닌 디지털 화폐가 만드는 미래 통화패권에 올인하고 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는 ‘도광양회’식 디지털 화폐 제국을 꿈꾼다. 문제는 한국이다. 지난 2월 8일 한국은행은 디지털 원화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재개정 방향에 대한 보고서 발표 등 뒤늦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을 따라잡기 위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뒤늦은 디지털 화폐 발행 경쟁 속에 우리의 발걸음이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