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은 화성까지 ..한국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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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과학작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
입력 2021-02-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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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작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



[최준석, 과학의 시선] 중국의 옛 시인 굴원은 ‘하늘에 묻다’(天問)라는 시도 남겼다. 굴원(기원전 340~278년)은 ‘어부사’ ‘이소’라는 시로 유명한데, ‘하늘에 묻다’라는 시에서는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낸다. 자연과학에 무관심했던 중국 고대 지식인이 자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하늘에 묻다’는 독특하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흥미롭다. ‘하늘에 묻다’는 매우 길지만, 일부 구절을 옮기면 이렇다.

“태양은 탕곡(湯谷)에서 나와서/ 몽수(蒙汜)의 지류에 머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리나 가는 건가?
달빛은 어떻게 얻어지며/ 이지러졌다가 또 자라나는가?
그 달이 좋은 게 무엇이길래/ 토끼가 기웃거리며 그 가운데에 있는 건가?
무엇이 하늘을 닫아서 어둡게 하는 건가?/ 무엇이 하늘을 열어서 밝게 하는 건가?
동방성이 밝기 전에/ 해는 어디에 숨어 있는 건가?“

굴원이 위에서 던진 질문은 이런 거다. 해의 하루 이동거리는 얼마이고, 달은 왜 빛나며, 밤에 해를 가리는 건 무엇이기에 세상이 어두워지는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명료한 것들이나, 2500년 전 굴원이 지구의 자전과 태양의 공전을 알리 없으니,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하늘에 묻다’라는 시를 알게 된 건 최근 일이다. 중국이 화성탐사 프로그램에 ‘하늘에 묻다’(天問)라는 이름을 붙인 걸 뒤늦게 알았다. 天問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톈원’이며,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화성 탐사선인 ‘톈원 1호’를 지난 2월 10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바 있다. 톈원1호는 화성 상공을 돌다가 몇 달 뒤 화성에 착륙하고, 탐사차량(rover)으로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연구활동을 하게 된다.

중국이 달에 우주선을 보낸 건 알고 있었다. 달의 뒷면에 처음으로 탐사선을 착륙시켰다거나 하는 뉴스를 계속 접해왔다. 그때는 중국이 열심히 하네,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화성에 성공적으로 우주선을 도착시켰다는 소식을 접하니 느낌이 좀 다르다. 더구나 아랍에미리트연방 때문에 충격은 더했다. 아랍에미리트가 보낸 우주선은 ‘톈원 1호’에 하루 앞서 화성 궤도에 도착한 바 있다. 그 소식을 듣고, 중동의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화성 탐사에 도전했나 해서 감탄하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자료를 확인하니, 일본도 내년에 화성을 향해 탐사선을 다시 쏠 예정이다. 1998년 화성으로 보낸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하지 못한 실패를 경험한 일본으로서는, 24년 만의 재도전이다. 한국은 이웃나라들의 화성 도전을 구경만 하고 그 성공에 박수만 치고 있을 건가? 한국인은 화성과 달은커녕, 지구 궤도에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본 적도 없다. 한국은 뭘 하고 있는 건가 해서,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찾아보니 마침 얼마 전에 나온 <중국의 우주 굴기>(지성사 간)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춘근 박사(서울대 공학 박사). 그는 중국 연변과학기술대(부총장)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책을 보면서 약간은 위안을 받았다. 저자는 중국의 우주 개발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중국 우주 굴기의 디테일을 어떻게 이렇게 알고 있나 해서 나는 놀랐다. 서쪽 이웃나라의 우주 굴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춘근 박사를 2월 16일 아주경제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을 “사회주의 과학기술 전문가”라고 표현했다. 중국과 북한의 핵-미사일 분야에 지난 수십년 동안 관심을 갖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 왔다.
이 박사 얘기를 들어보니, 톈진(天津)이 중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우주항공산업 사이트는 전국에 흩어져 있으나, 그중에서도 톈진은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면, 베이지 외곽의 항구 도시인 톈진에서 ‘톈원 1호’ 등 화성탐사체를 쏘아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체를 조립했다.

이춘근 박사는 “중국 우주항공산업을 이끄는 두 개의 국영기업은 중국항천과기(航天科技)집단공사와 중국항천과공(航天科工)집단공사다. 항천과기집단은 우주발사체, 지대지미사일 등 우주항공 쪽에, 항천과공집단은 우주분야연구도 하나 무기 개발을 주로 한다”라고 말했다. 톈진의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인 ‘국가항공우주산업기지’에 항천과기집단 산하의 기업들이 모여 있고, 그들이 톈원을 실었던 로켓발사체를 조립했다는 것이다. 화성탐사선인 톈원1호는 베이징에 있는 공간기술연구원(China Academy of Space Technology)에서 조립했다.

톈진에서 화성 탐사 프로젝트 관련 발사체를 조립했다면, 이걸 쏘아 올리는 발사장은 중국 남쪽의 하이난 섬 원창(文昌)에 있다. 원창(文昌) 항천발사장은 중국의 4대 우주발사기지 중 하나다. 알다시피 로켓 발사체는 크다. 더구나 중량이 5t(톤)인 화성 탐사선을 실어 올리려면 발사체의 힘이 좋아야 한다. 톈원 1호를 운반하는 로켓 발사체는 ‘창정(長征) 5’이다. 장정 5는 중국이 만든 가장 힘이 좋은 로켓 발사체다. 미국의 팰콘(Falcon Heavy)과 델타 4(Delta Ⅳ Heavy)에 이어 세 번째로 강력하다는 얘기가 있다.

덩치가 크다 보니 ‘장정 5‘ 로켓은 기차 편으로 실어 운반할 수 없다. 그래서 철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바닷길을 통해 톈진에서 하이난 섬 원창으로 실어간다. 중국의 로켓을 수송하는 특수 화물선도 몇 개가 보인다. ‘遠望 21‘ ’遠望 22‘ ’Xu Yang 16’과 같은 선박들이 톈진과 하이난 섬 사이를 오간다. 선박 위치를 알려주는 사이트(marine traffic)에 따르면 Xu Yang 16호는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24일 현재, 하이난 섬 원창 우주발사장 인근 항구에 정박 중이다.

이춘근 박사에 따르면, 중국 우주개발의 중장기 목표는 1단계 지구궤도 위성, 2단계 유인 우주실현, 3단계 심(深)우주(deep space) 탐사다. 중국은 1년에 수십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위성 강국이니 1단계 목표는 도달했다. 그리고 2단계인 유인 우주 실현은 2003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을 쏜 데 이어, 우주정거장 구축을 내년에 하는 걸 목표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올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의 핵심 모듈을 쏘아올리고, 2022년 우주정거장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3단계인 ‘심우주 탐사’는 화성 탐사 프로그램인 톈원 1호의 성공적인 화성 도착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의 화성 탐사는 지난 2007년 러시아와 협정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탐사선은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만들고, 탐사선들을 러시아 발사체에 실어 올리며, 이후 발사체에서 분리된 양국의 탐사선은 화성을 향해 7개월이라는 여행을 시작한다는 그림이었다. 중국은 러시아 기술 지원을 받아 2년 만에 탐사선 ‘잉훠(螢火, 반딧불)1호’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11월 중앙아시아의 러시아 우주발사장에서 발사했다. 그런데 로켓에서 먼저 분리되어야 할 러시아 화성탐사선이 분리에 실패하면서 중국의 잉훠 1호는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중국은 독자적인 화성 탐사로 방향을 전환했다. 화성 탐사 프로그램에 쓰던 ‘잉훠’란 이름을 버리고 ‘톈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며 심기일전했다.

중국이 우주굴기에 힘을 쏟아붓는 건 미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의 산물이다. 미국으로부터 한국전쟁 당시 핵폭탄 공격 위협을 받았고, 1960년대 중소 국경 분쟁 당시에는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에 떨어야 했다. 이런 국가안보상 필요로 인해 중국은 ‘양탄일성(兩彈一星)’을 획득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 양탄일성은 두 개의 폭탄(원자탄과 수소탄)과, 하나의 별(인공위성)을 가리킨다. 인공위성은 위성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말한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군사용 미사일을 로켓발사체로 변형해 심우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박근혜 정부 때 달에 우주선을 보낸다고 했었다. 지금 그 프로그램은 어떻게 됐는지 관심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박근혜는 정치적 목적에서 그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그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그 프로그램을 지원했는지는 모르나, 그걸 정치적인 행위였다는 이유로 비판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우주 굴기’를 쓴 이춘근 박사가 중국의 과학기술 관련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지도자의 정치적 행위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그는 “장쩌민 국가주석 시절(1993~2003년)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 교육을 많이 했다. 천안문 사건(1989년) 이후에 집권했기에 ’애국주의‘를 정치적으로 내세웠고, ’양탄일성‘ 관련 유공자를 위한 훈장을 만들기도 했다. 양탄일성 관련 인사들이 쓴 수기, 전기, 역사 관련 책 수십권이 당시 베이징에 쏟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춘근 박사가 베이징에서 이런 자료를 모으며, ’사회주의 과학기술 전문가‘가 되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중국 정치인은 어쨌거나 ‘중국 몽(夢)’을 얘기하며 중국인에게 같은 꿈을 꿔보자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게 좀 부럽다. 중국몽 이야기를 들으면, 이 시대 한국인이 같이 꾸고 있는 꿈이 뭐가 있나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한국 몽(夢)은 없고,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원전 4세기 굴원의 시 ‘하늘에 묻다’를 화성 탐사선 이름으로 정한 중국이 그런 면에서는 부럽다
 

이춘근 박사 인터뷰[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중국 하이난 섬의 원창발사장에서 지난 2020년 7월 23일 중국의 화성탐사선이 창정5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 다./이미지 중국국가우주국(C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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