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부럼이 금값…1년 전보다 50%↑
25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지난 22일 기준 주요 오곡밥·부럼 재료 10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4인 가족이 전통시장에서 이들 품목을 살 때 15만400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이맘때(9만9900원)보다 50.6% 늘어난 가격이다. 원래대로 대형마트에서 같은 품목을 살 때 필요한 돈은 19만7940원으로,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때보다도 31.6% 더 비쌌다.
오곡·부럼 값은 매해 품목별로 부침이 있어왔지만, 올해처럼 내린 품목이 단 한개도 없는 해는 드물었다. 가장 값이 많이 오른 품목은 수수로 1되(750g)당 9000원으로 전년(5000원) 대비 무려 80% 상승했다. 잣값도 1되(600g)당 7만8000원으로 1년 전(4만4000원)보다 77% 넘게 올랐고, 다음으로는 밤(60%), 검정콩(50%), 붉은팥(29%), 찹쌀(21%) 순이었다. 호두와 은행, 땅콩은 다행히 가격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입량이 줄어든 와중에 국내 생육 환경도 좋지 않아 생산량이 적어진 탓이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지난해 낟알이 형성되는 시기 기록적인 장마로, 일조시간이 줄고 강수량이 늘었다"며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과 평균기온 감소 등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인구가 도시로 대거 유입되면서 최근 이런 전통 놀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오곡밥 먹기'와 부스럼 예방과 치아 건강을 기원하는 '부럼 깨기'는 아직 남아있다.
◆"미리 사서 싸게 판다"…대형마트, 대보름 먹거리 전
국내 대형마트들은 올해 정월대보름을 대비해 작년부터 일찌감치 산지 농가와 사전 계약을 통해 오곡·부럼을 사들였다. 오곡·부럼값을 안정화하고, 필요한 시기 제때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가 부렴·양곡을 미리 대량 생산하면 농가는 더욱 안정적으로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고, 마트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보름 때마다 오르는 상품을 원가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대보름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작년 정월 대보름 대비 국산 땅콩 물량을 약 2.8배 늘린 4.2톤 매입해 당시 판매가보다도 30% 낮은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서 사는 국산부럼땅콩(250g) 가격은 5504원(신세계 포인트 적립 시)이며, 이는 작년 정월대보름 판매가(8800원) 대비 37.5%가량 싸다.
이외에도 이마트는 찹쌀, 서리태, 팥, 찰기장쌀, 차좁쌀, 찰수수쌀 호두, 건나물 등 총 33개 상품을 최대 28% 할인 판매하는 '정월 대보름 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이 행사는 26일까지다.
롯데마트도 같은 날까지 '대보름 먹거리' 행사를 한다. 피땅콩(200g·국산)와 피호두(240g·미국산)는 각 6980원과 4980원에, 찰오곡쌀(700g·국산)은 6980원(엘포인트 회원 대상 2000원 할인)에 판매한다. 아울러 대보름 9찬 나물팩(1팩)은 9980원, 삼색나물팩(1팩)은 6480원, '대보름 모듬나물(100g)은 2980~3800원선에 준비돼 있다.
홈플러스 정월대보름 할인행사는 오는 28일까지다. 대보름 부럼세트(900g·팩)는 9990원에 선보이며, 부럼피호두(400g·봉)와 땅콩(200g)은 각각 4990원에 판다. 이외에도 오곡 찰밥(800g·2봉)을 비롯해 찹쌀(3kg·봉), 서리태(700g·봉), 수수쌀(800g·봉), 적두(700g·봉), 찰기장(700g·국내산)은 각 1만1990원, 건고사리, 건호박, 건가지, 건고구마순 등 말린 나물 9종은 각 3990원에, 3개 구매 시 각 1만990원의 균일가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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