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종교적 사유로 예비군훈련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해당 법 조항은 위헌 여부가 아닌 법원에서 '양심 진정성'을 판단할 영역이라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오전 예비군법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과 병역동원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상 정당한 사유에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성장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 있었고, 폭력적인 동영상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폭력·살인 거부'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그는 가족들 설득 등으로 군에 입대했다.
2013년 2월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예비역에 편입됐다. 그러나 양심상 문제로 2016년 3월~2018년 4월 예비군훈련소집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에 불참했다. 또 병역동원훈련통지서를 받고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취지 선고를 했다. 당시 전합은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가 되는 종교·양심적 신념이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을 냈다.
1·2심은 전합 판결 취지에 따라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 입대·군사훈련 거부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등 진정한 양심에 따른 거부라고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판결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다만 같은 날 대법원 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B·C씨에겐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훈련 거부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각하했다.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이 위헌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진정성을 판단할 영역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법원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 거부자에 해당하는지 심리하고 유·무죄 판결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비군훈련 거부에 정당한 사유로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가 포함되는지를 살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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