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24일 달러예금 잔액을 합산한 결과, 총 531억7380만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말(659억5900만 달러) 대비 127억8520만 달러나 줄어든 수치다. 이를 국내 원화로 환산할 경우, 무려 14조2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당초 예상에서 빗나간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약(弱)달러 현상이 이어지며 달러예금에 뭉칫돈이 몰릴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었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의 경우에도 달러 약세 현상이 가시화되며, 잔액은 매달 최대치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달러를 쌀 때 사들인 뒤, 비쌀 때 되팔아 환차익을 남기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 환율은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강(强)달러로 전환했다. 작년 말 1085원 수준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최근 1123원대를 회복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8원가량이 상승한 셈이다. 이에 기업과 개인 투자자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외화예금 인출에 나서고 있다.
향후 증감 기조 역시 환율 흐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전문가 사이에선 환율이 낮아지더라도 “이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확실히 전보다는 강달러 전환 시점을 빠르게 보는 시각이 늘어난 분위기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백신 접종이 느리다”며 “2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위험자산 선호심리 회복에 약세 전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많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단기 최대 고점은 1125원 수준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감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신흥국 통화 선호가 강해지고 달러는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이벤트를 쏟아내며 외화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달 31일까지 외화적금 신규 가입고객 중 선착순 5000명에게 2달러를 지급하는 행사를 펼친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동안 ‘투(TWO)테크 외화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고객 중 1000명을 추첨해 1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IBK기업은행은 6월 말까지 신규 외환거래 기업에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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