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종의 꽃샘추위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상승장에서 소외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55포인트(0.66%) 오른 45144.84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연초 이후부터 따져 보면 하락세가 완연하다. 지난해 말 기준 5517.31을 기록했던 지수는 이날까지 1001포인트(18.1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873.47에서 3043.87로 170포인트(5.93%) 상승했다.
통상 제약·바이오 업종이 연초 강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하락세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월에는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개최되기 때문에 연초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곤 했다. 올해 역시 컨퍼런스를 앞두고 지수가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이후에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부진은 투자 심리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다양한 신성장 산업이 부상하며 바이오주에 쏠려 있던 매수세가 다양한 업종으로 분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졌고, 올해 들어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경기순환주(시클리컬)가 강세를 보였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가운데 악재만 잇달아 나타난 것도 투심 악화에 일조했다. 친환경의 경우 대규모 뉴딜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반도체 및 소부장 기업은 업황 회복 전망 등 호재가 있었다. 바이오의 경우 되레 주요 기업들의 회계기준 위반, 허위 공시 논란 등 악재가 불거졌다.
코스닥 시장의 대표적 바이오 기업이었던 에이치엘비의 경우 임상 결과를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은 회계위반 이슈가 제기된 후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지만 주가는 되레 낮아진 상태다. 이들 기업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연초 한때 1000포인트 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닥지수도 900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주목받았던 진단키트 기업의 경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추가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종 전체로 봤을 때는 3월 예정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을 계기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전망이다. 선민정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중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이 예정되어 있는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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