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의 처지는 복잡한 당내 상황과 맞닿아 있다. 4‧7 재보선이 끝난 뒤 야권 재편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선 범야권 내에 이견이 없다. 범야권 단일화의 승자, 더 나아가 본선에서 승리하는 쪽에 야권 재편의 주도권이 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김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안 후보를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진 의원들, 그리고 원외 당협위원장 일부 등 김 위원장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안 후보를 돕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안 후보가 서울시장 단일화에서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1야당 대표인 김 위원장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포스트 김종인’을 염두에 둔 당 대표 하마평이 무성하다. 대선 후보 선출을 염두에 둔 당권 다툼의 성격이 짙은 셈이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안 후보가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뒤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 측 극히 일부 사람들이 몽니를 부리고 있지만 대세는 거역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양대 보선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모든 것은 선출된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김 위원장은 몽니나 심술을 부리지 말고 판세가 흘러 가는대로 따르라”고 했다.
마포포럼을 주도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도 안 후보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 당권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김 전 대표는 안 후보를 마포포럼에 초청해 서울시장 출마를 독려했다. 최근엔 안 후보의 동작구 김영삼대통령 도서관 방문 자리에서 만났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당내에서 안 후보 비판 발언이 나오면 이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기호 4번으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안 후보의 ‘이질감’을 부각시켜 국민의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 이걸 강조했을 때 과연 4번 국민의당으로 선거에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며 “자기가 편리한 단일화 조건을 제시해 갖고는 될 수가 없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이에 선을 긋고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 “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대결로 가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느냐”며 “여권 대 야권의 대결로 가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된다고 하는 유권자를 하나로 모아야 된다. (기호) 2번을 고집하게 되면 확장성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겉으론 어느 쪽으로 단일화가 되느냐는 논란이지만, 정작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치닫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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