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정자가 결정되는 순간,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을 제치고 내정된 인물은 문화·관광과 분야와는 어떤 접점도 없는, 2선 의원이자 도시재생 전문가인 '황희'였다.
황희 의원이 문체부 장관에 내정되자, 문화계는 물론 관광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분야 문외한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그를 둘러싼 각종 논란까지 야기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황희 의원은 지난달 11일 문체부 장관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황 장관은 문화예술계를 시작으로 관광업계, 스포츠계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고사 직전에 처한 문화·관광업계의 목소리를 들었고, 생존방안을 강구했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사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황 장관은 사실상 집합금지 상태인 여행업계 생존을 위해 '국제관광 재개 기틀 마련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황 장관은 그 방안으로 "국제관광시장 조기 회복 전담조직(TF)을 운영해 비격리 여행권역(트래블 버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속 유전자 증폭(PCR) 검사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방역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광업계 회복 대책을 '논의'에 그치지 않고, 조금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와 함께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이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융·재정 지원을 검토하고, 4차 재난지원금과 재해보상법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광업계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당·정과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황 장관의 발언에 업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본인의 전문 분야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관광산업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문화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은 대학로에서는 지난해 도입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조속한 입법 등 예술계 전반의 권익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차질 없이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설계 과정 참여 이력을 밝히며 문화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빼놓지 않고 찾았다. 인권침해 근절과 체육계 인권 보호 현안을 논의하고, 프로스포츠 선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황 장관은 여전히 바빴다. 3일에는 용산 영화관과 인천 송도의 한 호텔을 방문해 업계 종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얘기해온 국제관광 회복 준비 TF 출범을 위한 회의도 마쳤다.
물론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만큼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업계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하나둘씩 가시화할 준비를 해나가는 장관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안긴 업계 위기와 산적한 문제, 그리고 회복 과제까지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만큼 분명 그의 어깨가 상당히 무겁겠지만, 밤낮없이 누비는 현장행보가 '보여주기'에 그치고, 발로 뛰는 그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길 바란다.
2선 국회의원 경력이 지닌 폭넓은 네트워크와 뛰어난 정치력을 바탕으로, 정부를 비롯해 집권여당과 국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업계 활성화 의지를 피력하길 바란다. 황 장관의 현장 의견 중시 행보에 강한 추진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낸다면 업계를 살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이 속속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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