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일으킨 박철완의 승부수···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카드로 국민연금 우군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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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3-0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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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하는 동시에 웹사이트를 개설해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자신의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표 대결에서 박 회장을 넘어서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주제안 중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을 쓰겠다고 밝히는 등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삼기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박 상무는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웹사이트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주주제안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며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변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미래성장 경영·거버넌스 개선·지속가능 경영 등 3가지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거버넌스 개선의 일환으로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이사진을 구성하고 ESG 경영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박 상무 스스로가 제안한 주주제안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일 박 상무가 지난달 말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한 의안성정 가처분신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이달 말 개최할 2020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상무 측의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요구다.

법원에 제출된 주주제안에 따르면 박 상무는 스스로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글로벌 법률사무소 덴톤스리(Dentons Lee)의 민준기(Min John K) 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요구 목록에 올랐다. 민 변호사와 이 전 대표는 박 상무가 꼽은 감사위원 후보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관 변경 요구다. 박 상무 측은 해마다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정관의 변경을 요구했다. 기존에는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회장이 맡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정관 변경 요구는 박 회장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 의장인 박 회장을 우선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동시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우군으로 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국민연금 등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지배구조의 선진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직을 넘기는 등 사외이사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은 최근 주요 연기금의 흥미를 끌 만한 행보라는 의미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박 회장과 악연이 있기도 하다. 지난 2019년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박 회장이 배임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며 그의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에는 유력한 경쟁자가 없었기에 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으나, 박 상무라는 경쟁자가 생긴 지금은 국민연금의 표심이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아들 박준경 전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문동준 사장 등 임원 0.03% 등 합계 14.87%로 집계된다.

반면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는 10%를 보유했으며, 박 상무와 연합한 중견 건설기업 IS동서가 3~4%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이 다소 우세하나 당장 양자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한 쪽의 편을 든다면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연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박 회장 측도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여러 계획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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