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할머니는 이날 오후 3시경 외교부 청사에서 정 장관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에게 '대통령 좀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에게 '스가 총리를 설득해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서 판결을 받게 해달라'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이제는 어디 갈 데가 없다. 절박한 마음"이라며 "할머니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저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다. 그래서 스가 총리를 달래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고, 하버드대 망언 교수도 (ICJ에) 끌고 가서 밝혀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버드대 망언 교수'는 최근 위안부 관련 논문으로 논란이 된 하버드대 로스쿨의 마크 램지어 교수를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
더불어 "(한·일) 학생들이 교류해서 위안부 문제를 알아야 한다. 끌고 가서 위안부를 만든 것을 알아야 하고 죄를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이 "알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자 이 할머니는 "말만 말고 행동으로 보이라"고 답했고 정 장관은 또 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이 할머니는 '일본이 사죄를 전제로 금전적 배상을 포기하라고 하면 수용할 의향이 있으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저는 돈이 아니다. 사죄를 받아야 한다"며 "제가 분명 말했지만 사죄를 받으면 용서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 이야기했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과는 이웃나라니까 학생들하고는 교류를 하겠다. 교류를 해서 왜 위안부를 만들었는지 (알리는) 교육관을 짓도록 하겠다"며 "한 사람도 좋고 두 사람도 좋으니 교육시키겠다. 일본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끝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것이 평화로 변한다. 착각하지 말아라. 저는 직접적 피해자고, 여러분은 다 간접적 피해자"라며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서 결판을 낼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할머니는 3·1절인 지난 1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과도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 판결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마지막으로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다.
한편 정 장관이 지난달 9일 취임한 이래 위안부 피해자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장관은 청사 17층 대접견실로 이 할머니가 입장해 자리에 착석하자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저희가 찾아봬야 하는데, 제 취임식 때 모시려고 했는데 방역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에 제가 모시질 못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전시 여성의 인권 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외 인식 제고 과정에서 이 할머니의 공헌에 감사의 뜻을 표한 후,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이런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할머니의 ICJ 회부 방안 제시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앞으로도 피해자들과 소통하면서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면담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피해자 의견 청취 노력의 일환으로서, 국내 각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결방향에 대한 공감대 조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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