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담] 황희 "위기의 여행·호텔업계 회생이 나의 첫번째 임무"

취임 3주차 현장 소통 행보

인천공항·호텔 찾아 업계 의견 청취

"의원시절 해결사" 거론 자신감 피력

지난 3일 국제관광시장 회복 준비 특별전담반 출범회의를 위해 인천국제관광공사를 찾은 황희 문체부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늘 다른 산업에 비해 소외받아온 여행·호텔업계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적극 소통 행보에 모처럼 미소를 띠었다. 

문체부 장관에 취임한 지 2주 남짓 지난 황희 장관. 내정되자마자 '분야 문외한'이라는 지적과 함께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황 장관이 극강의 위기를 겪는 업계에 어떻게 힘을 줄 수 있었을까. 답은 '현장, 그리고 적극 소통'에 있었다.

취임 직후 현장으로 나선 그는 집무실보다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밖으로 나가니 업계의 아우성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갖고 업계 회복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업계는 이런 장관의 적극적인 행보에 '희망'과 '기대'를 엿봤다. 
 

코로나19 여파에 매출 타격을 입은 한 여행사 사무실이 텅 비었다.[연합뉴스]

#유례없는 역병··· 여행업 '초토화'

정확히 지난해 초. 그것도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낸 직후인 1월 20일께, 전대미문의 역병이 창궐하며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모든 산업군이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에서도 여행업계는 상상 이상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았다. 한 국가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세가 삽시간에 지구 전체를 집어삼키면서 자연스레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방한 외국인 2000만 시대를 열겠다던 우리 정부의 다짐이 무색하게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수는 곤두박질쳤고, 여행사 매출은 제로에 수렴하는 최악의 사태를 경험했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어느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한 것이 아닌 만큼, 피해 규모는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6개월만 지나면 코로나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우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하자, 고사 직전에 처한 업계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더불어 '자가격리 완화', '비격리 여행권역(트래블 버블)' 논의 등 생업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도무지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여행업계는 거리로 나가 생존을 위해 절규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인천국제관광공사에서 열린 '국제관광시장 회복 준비 특별전담반' 출범회의에서 발언하는 황희 문체부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고통의 목소리 경청하고 해결 위한 '첫걸음'

좀처럼 끝나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난리통 속에 황희 장관이 취임했다. '현안 해결'이라는 과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하루에도 몇 곳씩 현장을 누비며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에서 지속 주장해온 '자가격리 완화'와 '트래블 버블'에 대해 황 장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관광시장 회복 전담조직'을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인천공항에서 회의를 열고 시장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황 장관은 "교통, 숙박, 음식, 쇼핑 등 여행의 기본요소가 있지만 국내 여행지의 경우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을 찾기 힘들다"며 "온전히 한 지역에서 머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체부는 국내 관광지 100선을 비롯한 테마 여행, 한류스타를 통한 세계테마기행 방식으로 지역별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곧 국토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황 장관의 입장이다.

아울러 "안심존을 중심으로 트래블 버블을 시범 운영하고,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면서 "물론 방역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야 하겠지만, 동선 관리 방법 등 단계를 체계적으로 나누는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오후 송도국제도시 한옥호텔 경원재에서 호텔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회복방안을 논의하는 황희 문체부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의원 시절에도 해묵은 현안, 해결했다"는 황 장관··· 호텔업계 '반색'

황 장관은 TF 회의를 마친 후 곧바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한 경원재로 달려갔다. 

이 자리에서 황 장관과 만난 호텔업 관계자들은 △재산세 감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 △관광기금 상환유예 기간 추가 연장 △호텔업 등급평가 유예기간 연장 등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호텔업계의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읍소했다. 이들은 "재산세 감면 등의 문제는 계속 목소리를 내왔던 부분이지만, 십수년간 해결되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황 장관은 "업계가 지금 얼마나 참담한 현실에 처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관계자들을 다독인 후 "집단면역이 형성된다고 해도 업계가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다. 집단면역 시기에 맞춰서 일어서려면 지금부터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는 힘겹게 버텼을지 몰라도, 1년을 또 버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여행의 중심인 호텔이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잘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호텔 숙박할인권의 강점에 대해서도 피력한 황 장관.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고, 중단했던 숙박할인쿠폰사업 등이 정상 추진되면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한 국민의 심리를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소득지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극복과 회복이 나의 미션"이라고 얘기한 황 장관은 "'방역'이라는 안정과 '트래블 버블'이라는 도전 사이에 있지만, 결국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줄곧 언급했던 업계 회복을 위한 대안에 방점을 찍은 한 마디가 있었다.

황 장관은 "수많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만큼 좀 더 구체적이고 꼼꼼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역구 내에 풀지 못한 20~30년 묵은 현안을 초선의원 시절 다 해결했다"고 한 것. 장관의 한 마디에 참석자들은 밝은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기분이었을까. 그제야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관련 호텔 현장점검 후 업계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공감과 소통, 그리고 추진력에 대한 '기대'

힘듦을 토로하는 이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때로는 큰 힘이 된다. 황 장관은 업계가 처한 현실, 고통에 대해 귀 기울이고 함께 공감했다.

특히 업계의 호소를 허투루 흘리지 않고, 급기야는 의원 시절 현안 해결 이력까지 내세우며 '대안 마련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업계가 그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공감과 소통, 추진력 말이다. 

물론 아직은 취임 초기이고, 업계 회생 대책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을 뿐, 내일 당장 업계에 직면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곤두박질쳤던 매출이 순식간에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선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절규에도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던 문체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달리, 황 장관은 업계 회복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제 밑그림은 거의 완성된 듯하다. 여기에 예쁜 색을 입히고 잘 말려서 모두에게 '행복'을 안기는 훌륭한 작품을 완성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