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초저금리 지속으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출산율 저하로 미래 가입고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10년 만에 절반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손해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2~3% 수준으로 5%대를 유지하던 2010년 초반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은 곧바로 보험사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보험연수원은 올해 생명보험업이 지난해보다 -0.4%로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손해보험업은 지난해(6.1%) 성장세보다 둔화된 4.0%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0.84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채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 전환(DT)'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 구축이라는 과제도 주어졌다.
민병두 보험연수원 원장은 당면한 국내 보험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보험설계사의 역량 강화와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원장은 "여전히 보험 가입의 대부분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이뤄진다"며 "보험설계사의 역량과 더불어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 원장에게 향후 국내 보험 시장 전망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보험산업 변화와 생존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를 기반으로 한 마이데이터가 보험시장에서 크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이데이터를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사이언스 기술이 보험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의 장벽도 허물어질 전망이다. 이제는 단순히 보험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을 책임지는 인생 재무설계사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보험설계사가 고객의 건강과 가족까지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른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도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상품 판매를 플랫폼을 통해서 진행하고, 이후 관리를 각 금융사와 보험설계사가 맡게 된다. 보험설계사의 역량이 해당 보험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기존의 보험상품 분석만으로는 종합설계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기존에 교양교육 과정이던 헬스케어·환경·사회·지배구조(ESG)·마이데이터·인슈테크·데이터사이언스 등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해당 분야에 대해 1~2회 이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험연수원에서는 현재 헬스케어와 마이데이터 등 주요 핵심 분야에 대한 중·고급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설계사의 윤리교육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보험상품의 경우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10~20년 장기 상품이 많아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워 민원과 불완전판매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선언을 하는 것처럼 그에 준하는 윤리적 책무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 보험사와 독립보험대리점(GA)이 독자적으로 설계사의 윤리교육을 실시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이에 보험산업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보험설계사의 윤리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연수원이 영국이나 미국처럼 윤리교육을 자격교육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설계사 외 일반인을 위한 보험교육은?
"조만간 '장보고 경제스쿨'이라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일반인을 위한 보험 교육 과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의 경우 매점을 직접 꾸며 상품 배열부터 음악 선택까지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해보는 과정을 수록할 예정이다. 중·고교 과정에서는 전문 금융지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지역 발전방향 모색 △취약계층 지원방안 마련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는 유통업체 CEO로서 미래 전략 수립 등 전문화된 내용을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이같이 마련된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향후 금융 전문 대학원을 세울 예정이다. 현재는 대학원 설립을 위한 서류검토를 마친 상태로, 설립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시 발의한 보험과 금융 관련 혁신법안은?
"가장 먼저 2017년 보험계약자의 사고발생 위험이 소멸 또는 감소한 경우 보험사에 대해 보험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보험료 인하 요구권을 부여한 국내 첫 법안이다. 당시 상법에는 '보험사는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사고발생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되거나 증가하게 된 경우 보험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보험계약자는 위험을 예상해 보험료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이 감소하거나 소멸한 경우 보험사에 대해 보험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금융당국이 건강해지면 보험료도 낮춰주는 상품의 출시가 가능해지도록 건강 증진형 상품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선(先) 허용, 후(後) 규제'를 골자로 한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샌드박스 법안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의 이 법안을 토대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운영, 지난달까지 총 86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 3법과 자동차보험 대체부품 활성화 관련 법안도 현재 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추진 방향은.
"한쪽에서는 규제 때문에 기업활동을 못하겠다고 하고, 약자들은 강자들 갑질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정부가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의 최근 혁신서비스 지원은 바람직하다.
규제샌드박스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앞서 정무위원장에 재직할 당시 대표발의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 보험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기 위해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을 내놨다. 이 중 챗봇을 통한 보험 모집과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모집 허용 등이 주목받을 만하다. 그간 보험업법에 막혀 혁신이 어려웠던 보험사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 됐다.
다만, 금융당국이 혁신을 유인하고 디지털 지원과 보험인프라 개혁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겸업 금지를 개선해 보험사에 다양한 사업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도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사업은 60% 정도 동일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동일 계열‧그룹내 복수 보험회사가 고객, 상품, 채널별로 특화된 사업전략을 갖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 니혼생명 그룹의 경우 기업 임직원 대상 질병‧연금보험 특화 생보사와 고소득층 대상 방카슈랑스 특화 생보사, 저연령층 대상 간단보험 특화 생보사 등 고객과 영업채널별 복수의 보험사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 선콥(Suncorp) 그룹은 퇴직연금, 건강보험, 정기보험 특화 생명보험사 3개, 이륜차보험, 자동차보험, 부동산보험 등 특화 손해보험회사 6개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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