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노동조합 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임기 만료를 두달 앞둔 윤 원장이 노조의 자진 사퇴 요구를 거절하면서, 노조는 이번 주 윤 원장을 상대로 형사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 직원들로부터 고발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금감원지부는 윤 원장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노조는 이르면 8일 고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윤 원장이 최근 단행한 인사지만, 윤 원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에 대해서는 고발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노조는 윤 원장이 과거 채용비리에 가담한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에 대한 고발 검토를 끝냈다.
금감원은 2016년 이후 벌어진 채용 비리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총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했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가담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아 조직에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여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가 완결되지 않아 현재까지 발생 손해액이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채용비리 관련 직원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발생 손해액이 확정되면 법률검토 등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이 말하는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손해액이 1억2000만원에 더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미 확정된 손해액(1억20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이라도 우선 청구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금감원의 입장만 보면 피해자가 3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고 했다.
노조의 형사 대응이 현실화하면 윤 원장은 재임 기간 중 노조로부터 고발당하는 첫 금감원장이 된다. 노조는 과거 윤 원장에 대한 민사소송에 나선 적은 있지만 형사 고발을 한 적은 없었다. 민사든 형사든 금감원장이 노조로부터 피소를 당한 사례도 윤 원장이 처음이다. 다만 금감원 측은 "구상권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적용돼 아직 시효가 경과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배임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원장과 오창화 노조위원장은 지난 5일 단독 회동을 가졌으나, 상호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5일은 노조가 윤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최종 시한이었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퇴는 인사권자 뜻이다", "인사는 국장급만 꼼꼼히 신경썼으며, 국장급 이하 인사는 신경쓰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에 얽혔던 A팀장과 B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급으로 승진시켰다. A팀장은 2014년 인사팀 근무 당시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용 기준을 바꾸고 점수를 조작하는 데 가담해 '견책' 징계를 받았다. B조사역은 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3건의 비리에 가담한 결과 '정직'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노조는 "2016년 발생한 채용비리로 금감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그 벌로 채용비리와 무관한 직원들까지 임금 삭감과 승급 제한의 연대책임을 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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