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익부빈익빈]공실 걱정은 남의 얘기…강남 건물주 "오히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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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1-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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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낡은 빌딩은 "리모델링 기회"…올 1·2월, 매매가격·건수 모두 ↑

강남대로 상권 [상가정보연구소 제공]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늘어가는 가운데 상가 시장에서의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폐업 위기로 생계를 위협받는 소상공인 임차인과는 달리, 건물주는 이번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으면서다. 결국 또 '있는 사람만 돈을 버는'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직장인이 많은 강남은 다른 상권에 비해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공실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년도 4분기의 5.2%에서 8.7%로 뛰었다.

이처럼 공실률이 늘고 있음에도 강남의 빌딩 매매가는 뛰고, 매매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공실이 사실상 상가·빌딩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 빌딩 전문 중개업체인 원빌딩에 따르면 이달 강남구 빌딩은 전년보다 약 20~30%가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실사례를 보면 강남구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신사동에 소재한 A빌딩은 지난해 7월 3.3㎡당 1억3300만원으로, 20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조건을 가진 인근의 B빌딩은 지난 1월 3.3㎡당 1억7900만원으로, 300억원에 손바뀜했다. 

강남의 또 다른 대표 상권인 청담동의 상황도 신사동과 비슷하다. 청담동의 C빌딩은 지난해 3월 3.3㎡당 약 7400만원으로 매매가 47억원에 팔렸는데, 인근의 D빌딩은 건물금액을 감안한 3.3㎡당 약 9200만원으로 책정돼 60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오동협 원빌딩 부사장은 "코로나19 이후 공실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은 맞다. 사업 확장·창업도 없고 경제활동이 소강상태다 보니까 공실이 많이 늘었다"면서도 "강남에는 리모델링하려는 구축 수요나 신축 수요가 모두 많다"고 말했다. 빌딩 수요는 줄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오래된 상권인 강남에는 80년대에 지어진 30년 이상 된 낡은 빌딩이 많은데, 건물주들이 건물을 사들여 코로나19 계기에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하려면 10년 임대 계약된 임차인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임대료가 밀려서 자진해서 나가는 경우가 왕왕 생기며 오히려 손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그는 "공실 걱정 때문에 안 샀는데 그 매물이 팔려버리면 그때부터 수요자들 마음이 조급해진다. 소위 '패닉바잉' 현상이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수익이 나든 말든, 공실이 있든 없든 일단 '사자'는 분위기로 재편됐다"고 전했다. 

최근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빌딩 대출이 많이 일어나면서 수익형 부동산 대출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빌딩 패닉바잉을 부추기고 있다고 오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아파트처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대출규제가 생기기 전에 빨리 사버리는 매수자들이 늘면서 올해 매매 건수가 크게 늘었다. 확실히 지난해 1, 2월보다는 올 1, 2월 거래 건수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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