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얀마] '악행'만 골라한 軍, 이미지 세탁 시도…"수치, 로힝야족 학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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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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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가디언 "군부, 로비스트 고용해 이미지 쇄신 나서"

  • 아리 벤메나시 "수치 고문, 로힝야족 학살 주도 인물"

  • "軍 쿠데타, 수치 정권-中 밀착 막기 위한 정당 행위"

  • 군부, 수치 고문 측근 인사 심야 체포…고문 후 사망

7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반(反)군부 시위대가 미얀마 경찰이 쏜 최루가스 속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19세 소녀 시신 도굴,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측근 인사 고문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로비스트를 고용해 이미지 세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부 세력이 이스라엘계 국제 로비스트를 고용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최근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Ari Ben-Menashe)를 로비스트로 영입하며 “이 나라의 실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군부가 영입한 벤메나시는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의 전직 요원으로 짐바브웨 전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수단 군부 정권 등과 계약을 맺었고, 베네수엘라, 튀니지,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승리하고자 이란 세력과 협력해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지 않기로 모의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벤메나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큰 금액’을 받고 미얀마 군부와 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면서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선언과 평화시위 탄압을 이유로 쿠데타와 관련된 군 관계자에게 미국 내 자산동결, 입국금지 등을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아울러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개 기업이 제재명단에 올랐다.
 

2002년 짐바브웨에 도착한 아리 벤메나시(왼쪽). [사진=AP·연합뉴스]


벤메나시는 자신이 소속된 컨설팅업체 ‘디킨스&매드슨 캐나다(Dickens&Madson Canada)’가 미얀마 군부 세력과 미국 등 다른 국가와의 소통을 돕고자 고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군부가 미국 등을 향해 “우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벤메나시 발언을 인용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정당화를 위해 수치 미얀마 고문에 대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벤메나시는 “로힝야족을 핍박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아웅산 수치였다”면서 수치 고문이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게 관여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람교 로힝야족 학살은 지난 2017년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공격했다가 미얀마 군대에 의해 대대적으로 토벌당했다. 당시 토벌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집단 성폭행, 학살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 수십만 명 이상이 배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때 수치 고문은 로힝야족 학살 문제를 방관하고 오히려 군부의 행동을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수치 고문이 학살을 주둔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벤메나시는 군부의 이번 쿠데타가 수치 정권과 중국 당국 간의 밀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중국과 가까이 지내기보다는 미국 등 서방사회로 전향하려는 (군부의)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이들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벤메나시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현재 군대가 아닌 경찰이 반군부 시위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만 언급했다고 전하며 “미얀마 현지에서 찍힌 사진과 영상에는 무장한 군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의 지방 도시 만달레이에서 6일(현지시간) 반군부 시위대가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반군부 시위대를 향한 군부의 무차별적 진압은 미얀마 내 주요 무역노조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얀마 주요 무역 노조가 전국 노조원들을 향해 8일부터 군부 쿠데타에 항의고자 총파업에 돌입하자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평소처럼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미얀마 국민의 열망을 억누르는 군부에만 이득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역 노조 이외 9개 부문 노조 연합도 오는 9일부터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얀마 군부는 앞서 시위 도중 사망한 19세 소녀의 시신을 도굴한 데 이어 수치 고문의 측근 인사를 체포해 고문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등 만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얀마 현지언론 이라와디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양곤 파베단 지역 의장인 킨 마웅 랏이 전날 저녁 군경에 의해 체포된 뒤 고문을 받다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NLD 소속 시투 마웅은 페이스북에 “군경이 NLD 공보담당인 마웅을 잡으러 왔지만 찾지 못했다”며 “그의 동생이 군경에 맞고 거꾸로 매달린 채 고문을 당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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