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대표이사 최경란)이 주관하는 제2회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영예의 대상에 이탈리아의 ‘카운트리스 시티즈(Countless Cities)’가 선정됐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 일상이 행복한 도시를 디자인을 통해 미래 도시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디자이너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이다.
2019년 첫 회가 개최된 이후 2020년 2회를 맞은 이 상은 주민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성, 창의와 혁신, 공공과 공유, 참여와 협력, 삶에 주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5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단 2회 만에 세계 유수의 디자인상들과 차별화에 성공해 국제적인 디자인상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이탈리아의 ‘카운트리스 시티즈’는 전 세계적으로 시골을 기피하는 현상이 증가하는 시기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시골 마을 파바라 중심부에 위치한 낡고 반쯤 버려진 집을 현대 미술 전시 및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창조한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10년 전 관광객이 전무한 도시를 디자인 예술 재생사업으로 10만명이 찾는 도시로 활성화시켰다.
창조도시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장인 찰스 랜드리는 “팜 컬쳐럴 파크(Farm Cultural Park)는 예술의 영감을 받은 디자인 재생사업을 통해 도시 전체를 재활성한 놀라운 사례”라 평했으며 심사위원 루 샤오보는 “디자인을 통한 특정 커뮤니티 재생방법을 보여주는 선구적인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대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프로젝트팀의 디자이너 안드레아 바르톨리는 “마피아로 낙후되었던 도시가 공동체적 연대로 젊은이들을 위한 도시가 되었고, 사람들의 꿈을 실현한 작은 공동체는 새로운 도전을 그려내고 있다” 며 “이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 공공 공간, 미래 세대의 교육,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거주지에 투자할 예정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돈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제2회를 맞은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에 세계 31개국에서 99개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이는 2019년 대비 32%가 증가한 숫자로, 이 상의 취지에 대한 세계 디자인계의 관심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도시연구와 디자인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도시 삶의 창의적인 문제해결, 타 지역으로의 확장성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의 제시 등의 평가기준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3차례의 토론과정을 거쳐 10대 1의 경쟁을 통과한 10개의 최종후보 프로젝트를 지난 12월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공정한 심사과정은 세계 디자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서울은 그동안 창의 디자인 도시로 인정받아 2010년에는 세계디자인수도(WDC)가 되었고 동시에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유수의 도시상을 휩쓴 서울이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를 개최하면서 상을 주는 도시가 되었다. 이는 우리 도시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디자인은 바로 그 과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서울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사회, 경제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도시다. 하지만 성장의 양과 속도에 매몰되어 사람이 소외도고 배제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서울은 이 고속성장의 휴유증을 공유의 디자인으로 극복하고 있다.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변화하는 도시의 일상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다운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지’ 함께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공동체의 비전이자 실행방법이다.
랜드리는 “많은 프로젝트가 사람 중심으로 디자인 된 도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선보여 흥미로웠다”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의 신념이자 지침은 모두에게 있어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코로나로 인해 서로를 마주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참여와 협력을 통한 디자인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논의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도시 디자인 전문가·커뮤니티 전문가·건축가·행정가·교육기관과 세계도시의 주민들이 모두 기대하고 꿈꾸는 도시 디자인 축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운영위원이자 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 관장인 안드레아 칸첼라토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는 디자인 분야가 다원적이고 포괄적이며, 개방적이어서 인류가 이 세계에 대해 요구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희망을 보여주는 공모전”이라며 이 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대상 작품 외에도 10개 최종후보에 올린 프로젝트 들은 인간 중심 도시의 구현을 위해 우리 일상을 실제로 바꾸는 실현가능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환경개선과 동시에 수익창출을 이뤄내는 브라질의 ‘스루루 다 문다우(Sururu Da Mundau)’ 프로젝트는 폐기물로 만든 제품으로 지역 경제에 숨을 불어넣은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한 달에 300톤 가까이 버려지는 홍합껍질을 타일로 제작하여 마을을 위해 친환경적인 수입원을 창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폐기물 때문에 고통 받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생태학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엘리펀트 월드(Elephant World)’ 프로젝트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코끼리와 카이족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코끼리를 주제로 한 관광산업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한 프로젝트이다.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종들과 동등하게 머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돋보였다.
이 밖에도 도시 교통의 대안을 제공한 싱가포르의 ‘푸저우 어반 커넥터(Fuzhou-Urban Connector)’, 비행기 교차로 옆 슬럼을 일으킨 ‘에어본 닷 반둥(Airborne.bdg)’ 프로젝트, 추모의 공간을 일상의 행복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우리나라의 ‘에덴 낙원 메모리얼(Eden Paradise Memorial)’ 프로젝트 등이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한편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 대상의 상금은 다시 인간중심 도시를 위한 디자인 활동에 재사용되고 있다. 2019년 제1회 시상식에는 총 25개국 75개 작품이 출품되어 남아공 빈민촌의 아름다운 혁신을 이룬 ‘두눈(Dunoon) 학습 혁신 프로젝트’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마약과 범죄 방패 공간을 만들기 위해 주민의 참여가 빛나는 두눈 프로젝트팀은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과 미래교육 혁신센터, 커뮤니티홀을 만들었으며 상금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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