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빼앗길라 노심초사... IT업계, 끝 모르는 개발자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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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3-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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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성숙 네이버 대표 "개발자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민"

  • 게임업계, 넥슨발 연봉 인상 도미노... 9개 업체나 인상

“요즘 가장 걱정이고 도전적인 일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으면 ‘개발자를 확보하는 일’이라고 답변합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말한 개발자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컴퓨터 프로그램의 설계부터 개발에 관한 업무를 하는 이들을 통칭한다. 통신,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개발자는 필수 인력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개발자 규모는 곧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이기도 하다. 국내 IT 기업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개발자를 데려오려는 이유다.

한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으로 손꼽히는 네이버마저 개발자 확보에 애를 먹을 정도로 개발자는 귀한 몸이 됐다. 최근 IT업계의 임금, 성과급 인상 움직임이 이를 대변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네이버 제공]


SK텔레콤 노사는 지난 8일 전 직원에게 임금협상 타결금 명목으로 8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오는 11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이르면 이달 중에 지급할 예정이다. 타결금 800만원은 예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최근 IT업계에 임금 인상을 통한 인재 영입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는 최근 업체별 연봉 인상 소식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달 초 1위 업체 넥슨이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 인상하겠다고 가장 먼저 밝힌 이후, 넷마블과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컴투스·게임빌, 웹젠, 조이시티 등 주요 게임사들이 도미노처럼 연봉 인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봉 인상 계획을 밝힌 업체만 9곳에 달한다. 게임 빅3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도 연봉 인상 규모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만큼, 더 파격적인 인상안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자를 데리고 오는 건 나중 일이고, 이미 보유한 개발자를 빼앗기지 않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근 IT업계에 개발자를 유치하려는 연봉 인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배달앱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부동산 중개앱 직방은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올렸고, 숙박앱 야놀자는 전 직원에게 1인당 약 1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안을 발표하는 등 O2O업계까지 인재 유치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개발자 부족'을 꼽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터넷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가 호황을 누렸지만, 개발 인력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석좌교수는 “비대면 시대에 모든 게 소프트웨어 개발로 전환되면서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개발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개발자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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