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를 선택해 화제를 모은 쿠팡은 10일(현지시간) 역사적인 뉴욕증시 상장(IPO)에 나선다. 이달 초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기재정정본(S1/A)에 따르면, 이번 IPO 대상 주식은 총 1억2000만주(신주발행 1억주, 구주매출 2000만주)이며, 1주당 희망공모가액은 27달러에서 30달러 사이다. 희망공모가액 상단 금액을 적용시키면, 쿠팡이 이번 IPO로 최대 36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2월 1080원 선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올해 초 1100원을 중심으로 거래되다가 이후 차츰 레벨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1140원대까지 레벨을 높였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국채 금리 상승을 촉발시켰고 이것이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를 자극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수급상으로 적지 않은 규모의 달러 매도 물량이 등장할 경우 환율의 상승세가 진정될 수 있다. 관건은 환전 물량 규모와 시기다. 일단 NYSE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상장일은 현지시간으로 10일이다. 이 IPO 대금이 쿠팡으로 입금되면 대략 한국시간으로 11일 이후부터는 관련 환전 물량이 시장에 등장할 수 있다. 환전 규모와 관련해서는 공모가격이 얼마로 확정되느냐, 또 쿠팡이 이 자금을 모두 원화로 환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럴 경우, 원∙달러 시장에는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의 하루 전체 거래량이 70억~8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억 달러 이상의 달러 매도 물량이 등장하면 적어도 환율의 상승세를 제한하는 역할은 한다고 봐야 한다.
일선 외환딜러들도 쿠팡의 IPO 자금 물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달러 롱(환율 상승 베팅) 포지션을 구축하는 게 맞겠지만 수급상 대규모 물량이 등장해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쿠팡 입장에서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테니 빨리 원화로 바꾸려고 하지 않겠느냐”면서 “연초 예상과 달리 달러가 강세로 가면서 원화 환율도 현재는 위쪽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은데 30억 달러가 넘는 물량이 나올 경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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