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측 협상단은 지난 5~7일(현지시간) 약 1년 만에 열린 대면 협상 끝에 합의점을 도출, 각국에 내부보고도 하기 전에 타결 소식을 전했다.
양측이 첫해 인상률과 계약 기간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상호 간 만족할 만한 합의 결과를 도출했다는 자신감을 시사한 셈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9일 관련 질의에 "한·미 간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양측의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다음에 이어서 대외 발표 및 가서명 등 남은 절차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비롯한 협상단은 이른 시일 내 협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19년 9월 24~25일 서울에서 11차 SMA 협상 타결을 위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10차 SMA 협정이 2019년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2020년도부터 새롭게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미군의 해외 주둔비 분담원칙을 새롭게 마련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는 등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의 정 대사를 11차 SMA 협상 대표로 발탁하며 대응에 나섰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정 대사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사무처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두루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정부가 외교부 또는 국방부 출신이 아닌 인사를 방위비 협상대표에 임명한 것은 이번 협상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숫자'에 밝은 경제관료를 협상 대표로 내세워 트럼프 정부의 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초반부터 한국 측에 50억 달러로의 대폭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50억 달러는 2019년 분담금 1조389억원의 다섯 배 수준으로, 첫해에 500%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이후에도 미국 측은 4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하고, 한국은 10% 안팎의 인상률로 맞서왔다.
이처럼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 끝에 지난해 4월 1일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한국 측은 인건비 문제만이라도 우선 타결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7~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미 측과 협상에 나섰지만, 국무부는 협상이 개최되기 하루 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문제를 먼저 합의할 수는 없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후 양국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의 '설레발'이 문제가 됐다. 청와대는 같은 해 3월 말 "이르면 (4월) 1일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며 '잠정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해 '김칫국 논란'이 뒤따랐다.
양국 협상단이 당시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짜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미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영향으로 대면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싸움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동맹 가치 복원을 기치로 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며 방위비 협상 타결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 일본과의 방위비특별협정을 1년 연장하는 데 합의한 데 이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도 마무리 지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해 '갈취'라고까지 표현하며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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