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자의 아내 메건 마클 왕자비가 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서 공개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마클 왕자비는 영국 왕실이 ‘혼혈인’ 자기 아들이 ‘영국 왕자’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클 왕자비는 인터뷰에서 “왕실에선 아치에게는 ‘왕자’ 칭호를 주지 않으려고 관례를 바꾸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아기가 태어나면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운 지에 대한 우려와 얘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실이 ‘피부색’을 이유로 해리 왕자의 아들에게 왕자 칭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8일 해리 왕자 부부의 아들 아치는 애초부터 ‘왕자’ 칭호를 받을 수 없는 지위로 태어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전날 마클 왕자비의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른 점이 두 가지 발견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왕자’, ‘공주’ 칭호 부여 대상을 왕세자의 장남의 ‘첫째 아들’이 아닌 ‘모든 자녀’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찰스 왕세자의 장남인 윌리엄 왕자의 3남매(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스 왕자)에 모두 왕자와 공주 칭호가 부여됐다.
왕실 칙령에 따라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자의 자녀는 원칙적으로 왕자와 공주 칭호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찰스 왕세자가 왕의 자리에 오르면 해리 왕자의 아들 아치는 ‘국왕의 손자’가 되기 때문에 왕자 칭호를 받을 수 있다.
신문은 마클 왕자비가 왕실 칙령에 따라 아들 아치가 왕자 칭호를 받을 수 없는 위치임에도 이를 인종차별에 따른 결과라고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마클 왕자비는 전날 인터뷰에서 아들 아치가 왕자로 인정받지 못해 왕실로부터 경호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마클은 ‘왕자’라는 공식 호칭이 있어야 경호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것도 착각”이라고 짚었다. 경호 대상은 영국 왕실의 ‘칭호’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국 경찰과 내무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두 딸은 ‘공주’ 칭호를 받았지만, 경찰의 경호를 받지 않는다.
신문은 아치의 왕자 칭호를 거부한 것은 오히려 ‘해리 왕자 부부’라며 “해리 왕자는 평소 앤 공주처럼 자녀들에게 경칭을 붙이지 않는 것을 선호했고, 아들에게도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라는 일반적인 이름을 지어줬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언론 때문에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BS 방송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미공개 녹화영상에서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편파적이며 통제, 공포감, 독성이 넘치는 환경을 조장한다”면서 “우리가 영국을 떠난 이유”라고 말했다.
마클 왕자비는 영국 언론에 대해 “야성적이고 거친 서부시대 같았다”면서 “영국 왕실이 (이들 매체의) 편파적인 보도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더 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언론이 영국 왕족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영국 왕실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일일 드라마이며, 메릴린 먼로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스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리 왕자 부부의 불만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클 왕자비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연극학과 국제관계학을 복수전공하고, 2011년 미국 드라마 ‘슈츠(SUITS)’에서 레이철 제인 역을 맡아 활약하며 인기를 얻은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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