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대결 결국 성사···숙질간 정면대결 돌입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가 결국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나선다. 당초 주주제안을 중도에 수정한 탓에 상법상 주주제안 요건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본선 무대에 올라선 셈이다.

다만 주주제안 중도 수정 탓에 고배당 안건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박 상무 측이 주주총회 시작 전부터 다소 기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9일 이사회를 개최한 결과 오는 '제44기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 상무의 주주제안 내용 중 이익배당(배당금) 관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정관 변경,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등은 회사 측 안건과 동시에 모두 주주총회 안건으로 포함됐다.

이로써 박 상무 측은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생겼다. 박 상무 측은 본인을 사내이사로, 여타 4명의 인사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아울러 표 대결 결과 박 상무 측의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된다면 박 회장은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야 한다. 기존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회장이 맡도록 돼 있었으나, 박 상무 측은 해마다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정관의 변경을 요구했다.

다만 박 상무 측이 중간에 수정한 고배당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박 상무 측은 보통주를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를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제안이 금호석유화학 정관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기에 우선주 배당금액을 1만1050원으로 수정한 주주제안을 다시 전달했다.

해당 수정 주주제안은 너무 늦게 금호석유화학 측에 전달돼 주주제안으로서 올바른지에 대한 소송(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수정 건으로 박 상무 측 모든 주주제안이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박 상무 측이 가까스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성사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주주제안을 수정한 것 때문에 다소 기세를 빼앗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제안을 수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면서 여타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구조에서도 박 상무 측이 다소 불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찬구 회장 측 우호지분은 박찬구 회장 6.69%, 아들 박준경 전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문동준 사장 등 임원 0.03% 등 합계 14.87%로 집계된다.

반면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는 10%를 보유했으며, 다소 우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호세력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박 상무가 불리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박 회장이 유리해보이지만 박 상무가 물밑에서 얼마만큼 준비했는지에 따라서 승패의 결과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 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