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지난해 여름 비빔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칼빔면’이 단종된다.
비빔면 시장 1위 팔도와 오뚜기에 밀리며 큰 활약을 못 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해 신제품 ‘배홍동’을 한발 앞서 출시하며 라면업계 1위 자존심을 지킨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비빔면인 칼빔면 생산을 중단했다.
작년 4월 출시된 칼빔면은 기존 비빔면보다 3배 두꺼운 칼국수 모양 면발이 특징이다. 국내 최초로 칼국수 면발에 김치 비빔소스를 넣어 관심을 모았다.
출시 초기에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함께 칼빔면 한정판 세트 판매에 나서 준비한 5000세트가 6시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모델 정혁을 발탁하며 마케팅에도 힘을 줬었다.
하지만 비빔면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는 팔도의 ‘팔도비빔면’과 신흥 강자 오뚜기의 ‘진비빔면’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팔도는 비빔면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팔도비빔면으로 시장 점유율 6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2020년 출시된 진비빔면은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모델로 앞세워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출시 첫해 5000만개를 팔아치우며 단숨에 비빔면 시장 2위에 올랐다.
절치부심한 농심은 올해 배홍동을 야심차게 내놨다. 보통 여름을 앞둔 4~5월에 출시되는 비빔면 신제품이 3월에 출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배홍동은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갈아 숙성시켜 만든 색다른 비빔장이 특징이다. 홍고추로 깔끔한 매운맛을 내고 배와 양파로 달콤한 맛을 더했다. 여기에 동치미로 시원함과 새콤함까지 추가했다. 제품 이름은 세 가지 주재료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
농심은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비빔면 구매 포인트가 ‘맛있는 비빔장’에 있다고 판단해 ‘맛있게 매콤한’ 비빔장을 개발했다.
칼빔면의 단점도 보완했다. 농심의 타 비빔면 대비 소스의 양을 20% 더 넣어 다른 재료와 곁들여도 매콤새콤한 맛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면발은 더 쫄깃하고 탱탱하게 만들어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고, 건더기에는 볶음참깨와 김을 풍성하게 넣어 고소한 풍미를 올렸다.
농심은 배홍동 광고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발탁했다. 유재석이 방송에서 여러 가지 부캐(부캐릭터) 를 선보이며 호감을 얻고 있는 점에 착안해 유재석에게 ‘비빔면 장인 배홍동 유씨’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입혔다. 또 배홍동은 비빔면 맛집이 있는 동네로 설정했다.
농심이 비빔면에 힘을 주는 이유는 시장 성장세와 궤를 같이한다.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6년 895억원, 2017년 1060억원, 2018년 1318억원으로 매년 커졌다. 그러다 2019년 1249억원으로 주춤하더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식(內食) 수요가 늘면서 1400억원대로 껑충뛰었다.
농심 관계자는 “칼빔면은 생산을 중단한 상태이며 현재 유통 채널에 나가 있는 재고가 마지막 제품”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판촉 행사를 강하게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배홍동 마케팅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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