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암 발생률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피폭(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됨)이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남아 있는 방사선 선량 추정치는 감소했거나 이전 추정치와 비슷하다"라며 "피폭이 발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피폭된 어린이들 사이에 갑상선암이 증가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는 방사선 노출과 관련 없이 검진 방법이 고도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UNSCEAR의 조사 결과 따르면 2011∼2015년 후쿠시마의 18세 이하 30만 명을 대상으로 검진한 결과 116명이 갑상선 암에 걸렸거나 의심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 증상을 보인 후쿠시마 제1원전 작업원들의 경우도 작업 환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앞서 UNSCEAR은 지난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건강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현지 주민들의 암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었다. 이번 보고서는 당시 보고서에다 지난 2019년 말까지 업데이트한 자료를 추가한 것이다. 방사선이 암 발생률을 눈에 띄게 높일 것 같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UNSCEAR은 27개국 출신 과학자 5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보고서는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이틀 앞두고 발표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쪽 지역을 기점으로 규모 9 이상의 강진이 발생했다.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쓰나미(지진해일)이 해안을 강타하면서 대규모 피해가 속출했다. 쓰나미의 영향으로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전 가동이 멈췄고 멜트다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1986년 체르노빌 핵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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