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성차별 동아제약 인사팀장, 거꾸로 면접하면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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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3-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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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 면접서 성차별 질문한 동아제약 인사팀장 '보직 해임·정직 3개월' 처분

  • '면접판 미투' 촉발한 동아제약...SNS서 여성들의 성차별 경험담 잇따라

  • 전체 구직자 중 21% "성별 의식한 질문 받아봤다"...남성보다 여성에게 두드러져

  • 논란이 된 인사팀장을 '성 평등 채용' 기준으로 평가하니…100점 만점에 고작 20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면접을 본) 그날은 2020년 11월 16일, 조남주 작가의 소설인 <82년생 김지영>이 '2020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100권의 책'에 선정됐다고 기사가 난 날이었다. 점심시간쯤 연구원에 도착한 저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연구원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아 놀이동산에서 풍선을 놓친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82년생인 김지영과 90년대생인 제가 아직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동아제약발(發) 성차별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동아제약이 지난해 채용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성차별적 질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고, 해당 여성이 자신의 블로그에 면접 전후 사정과 감정에 대해 남긴 글이 온라인에 빠르게 퍼지면서 '면접판 미투'로 번지는 모양새다. 동아제약은 당시 면접관이었던 인사팀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성차별 논란의 불길은 불매운동으로 옮겨붙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에는 동아제약이 생리대 할인 판매를 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40만회를 넘기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동아제약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질문을 받았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이 달리면서 분위기는 역전됐다.

 

[사진=A씨가 잡플래닛에 올린 동아제약 면접 후기]


댓글을 남긴 A씨는 "작년 말에 면접 볼 때 인사팀장이라는 사람은 유일한 면접자인 내게 '여자들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거 동의하냐'고 묻고 '군대 갈 생각 있느냐'고 묻더니 여성용품 네고(흥정)? 웃겨 죽겠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도 면접 리뷰 남겨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잡플래닛을 보면 지난해 11월께 A씨가 주장한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동아제약 측은 6일 해당 영상 댓글에 최호진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했다고 인정하며 해당 면접관 징계 처분과 채용 절차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진=사진=유튜브 채널 ‘네고왕’ 댓글 캡처]


하지만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생략한 채 '면접자에게 불쾌한 질문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 저런 사람이 인사팀장이고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성차별 논란이 면접관 개인의 일탈이 아닌 동아제약 조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채용과정에서 여성들이 겪은 차별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면접 당시 면접관이 "미투 때문에 여자를 안 뽑는데 그냥 불러봤다", "결혼하고 아기는 낳을 거냐" 등 직무와 상관없는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여자는 결혼한 뒤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 문제"라는 내용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자신이 잡플래닛에 올린 면접 후기를 첨부했다.

이번 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은 불매운동으로도 번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SNS에 동아제약 불매리스트를 일일이 언급하면서 동아제약 제품을 대체할 물품 목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동아제약의 생리대 제품에 검은색 글씨로 '동아제약 불매'라고 크게 적은 뒤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사진을 올리면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사진=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동아제약 불매운동' 사진]

전체 구직자 중 21% "성별 의식한 질문 받아봤다"···남성보다 여성에게 두드러져
고용·채용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은 1987년에 제정돼 올해로 34년을 맞이했지만, 성차별적 채용 관행은 여전하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9월 구직자 173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았다고 답한 이들은 10명 중 2명꼴(21.1%)이었다. 특히 이런 경험은 남성(9.6%)보다 여성(30.4%)에게 두드러졌다. 성별을 의식했다고 느낀 질문은 △향후 결혼 계획(50.7%) △출산·자녀 계획(43%) △애인 유무(37%) △야근 가능 여부(34.5%) △남성·여성 중심 조직문화 적응에 대한 생각(30.4%) △출장 가능 여부(20%) 순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용모와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비롯해 미혼 조건과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7조)고 정해놓았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은 실제 채용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만큼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김한상 기자]

논란이 된 인사팀장을 '성 평등 채용' 기준으로 평가하니···100점 만점에 20점
논란이 된 해당 인사팀장에 대해 거꾸로 면접 평가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9년에 발간한 '성 평등 채용 안내서'에 소개된 항목을 토대로 평가해보니 100점 만점에 20점이 나왔다. 성 평등 채용은 채용 전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채용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진=여성가족부가 제작·배포한 성 평등 채용 안내서]


해당 안내서에 따르면 면접관은 성별에 따라 질문을 다르게 하거나, 특정 성별에 답변 기회를 더 줘서는 안 된다. 또 군대 경험 등 특정 성별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질문, 성별에 따른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질문, 비공개로 진행하는 1:1 면접 등 총 다섯 가지를 금지하고 있다. 즉 논란이 된 인사팀장은 '비공개 면접' 항목을 제외하고 총 네 가지 항목을 어긴 것. 각 항목당 20점씩이라고 가정하면 100점 만점에 20점을 받은 셈이다.

성차별 파문이 커지자 동아제약 측은 해당 인사팀장에게 보직 해임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동아제약은 "면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한 업무 태만, 회사 질서 문란 초래 및 직원 품위 손상"을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우리 조직의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아제약의 대응은 여전히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성차별 논란은) 인사팀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책임이며 이는 한 사람의 징계로 끝날 게 아니라 기업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문제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채용 성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있기 때문에 인사팀장을 벌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정부 당국의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촉구했다. 배진경 대표는 "제2, 제3의 동아제약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나설 때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 중 성차별 요소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여성을 채용에서 차별하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고작 벌금 500만원에 불과하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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