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코스피 상승랠리가 시작된 이후 주가 상승에 베팅했던 기관이 최근 증시 조정장이 펼쳐지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일명 '곱버스'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도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가 중장기적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하락 구간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으로 본격적인 조정장이 펼쳐진 지난 2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200 곱버스 ETF를 총 1722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곱버스 ETF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로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떨어진 만큼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에도 기관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기관은 이 기간 동안 인버스 ETF를 총 706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기관은 한국 증시가 최근 조정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지 증시 하락 대신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를 순매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8월부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코스피가 다시 상승랠리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기관은 레버리지 ETF를 504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곱버스 ETF는 1조381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주가지수 상승을 예상하는 상품에 투자하다 변동성 확대로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하자 하락 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 투자로 돌아선 것이다.
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곱버스 ETF 중 상당 규모를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투자사가 사들인 만큼 투자 포지션에 상관없이 순매수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의 경우 지수 하락에 대한 베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코스피 상승랠리 기간 동안 곱버스 ETF를 165억원 순매수한 외국인은 조정장이 펼쳐진 이후에도 145억원 사들였다. 인버스 ETF에 대해서도 코스피 상승 기간 중 354억원, 조정장 진입 이후 129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증시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곱버스 ETF를 1조3369억원 순매수, 레버리지 ETF를 5120억원 순매도했으나 올해 2월 이후부터는 레버리지 ETF를 1113억원 규모로 순매수하고 곱버스 ETF를 1828억원어치 팔았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금리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 실적뿐만 아니라 단기 실적이 우수한 종목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단기 실적 모멘텀이 중기보다 부진한 경우 주가 역시 주춤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실적은 내년이 아니라 지금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상승을 감내할 수 있는 종목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지금까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 전망 개선이 내년보다 더 빠른 종목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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