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깎으면 농사도 지을 수 있고, 묘목 등도 심을 수 있어서 여기 산 깎는 사람 많아요."(광명시 가학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11일 만난 광명시 가학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산을 깎아 밭으로 만드는 것은 불법형질 변경이긴 하지만 (묘목 등을 심어 놓으면) 나중에 보상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불법형질 변경한 땅에 묘목이 있다면 지적물 조사 등에서 보상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게 감정평가사의 설명이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전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광명시청 6급 공무원 A씨도 광명·시흥지구에 토지를 소유한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A씨가 가지고 있는 광명시 가학동 임야는 불법형질 변경이 돼 논란이 됐다.
이날 가서 본 A씨의 임야는 중장비로 산을 깎아낸 흔적이 있었다. A씨 임야는 큰길에서 도보로 5분 정도 소요되는 산 중턱에 위치했고 비포장도로에 접해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주민은 "작년까지는 산이었던 곳"이라며 "언젠가부터 산이 깎여서 밭처럼 됐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 초 광명시 가학동 소재 임야 793㎡를 4억3000만원을 주고 본인과 가족 3명 등 4명 공동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학동 근처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작년에 토지를 쪼개서 사는 기획 부동산이 이곳에 많았다"며 "원주민에서 외지인으로 손바뀜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좀 더 단속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지 확인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광명시는 최근 전수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시청 소속 공무원 5명이 개발 예정지에 땅을 매입한 사실을 밝혔다. 이들 가운데 광명시청의 30대 주무관 B씨는 2019년 1월 광명동에 있는 100㎡ 밭을 증여받았다. B씨는 토지를 증여 받은 이유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두 곳과 달리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땅도 있었다. 광명시 가학동에 있는 1089㎡ 밭에는 지난해 옥수수를 심은 흔적이 있었고, 파와 마늘 등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50대 후반 주무관 C씨는 2005년 해당 토지를 가족으로 보이는 3인과 함께 증여받았으며 2015년 분할 취득했다. C씨는 "증여 받은 땅으로 (투기와) 관계없다"며 "해당 토지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또 광명시 노온사동에 위치한 광명시 50대 주무관 E씨 땅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 토지에는 중간에 길이 나 있었는데 해당 길로 다니지 말라는 의미였다. 이 밭에는 마늘이 심어져 있었으며 퇴비도 뿌려져 있었다. D씨는 2020년 1322㎡ 토지를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D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미 감사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할 말이 없다"며 "농사를 지으려고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명시에서 40년간 살았다는 한 주민은 D씨 토지를 두고 "7억5000만원을 주고 1322㎡ 땅을 사서 농사만 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1년에 인건비도 안 나올 텐데 투자목적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이 지역에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땅의 80%는 외지인이 소유하는 것 같다"면서 "농사를 안 짓고 불법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명시는 해당 공무원들이 미리 정보를 알고 산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전날 박승원 광명시장은 "앞으로 정부 합동조사단과 협력, 조사대상자를 공무원 개인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가족까지 확대하겠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위법 여부 등의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의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될 때는 무관용 원칙으로 징계, 고발 등 일벌백계하겠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