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5개월 만에 다시 시작됐다.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불법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첫 공판준비기일 이후 5개월 만에 열리는 재판이다. 법원은 애초 올해 1월 두 번째 심리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과 법관 정기인사 등으로 계속 연기됐다.
검찰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프레젠테이션(PPT) 파일을 이용해 1시간여 동안 이 부회장 혐의 등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삼성전자 부회장 취임 전후인 2012년 이미 승계 준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래전략실이 세운 '프로젝트G'에 따라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와 삼성물산 합병이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프로젝트G는 미전실 주도로 세운 이 부회장 승계 계획안이다.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한 뒤 합병 작업을 벌여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삼성물산 저평가를 두고 "회사 자산을 염가에 처분한 것"이라며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 신뢰 관계를 저버리는 임무 위배 행위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 측은 바로 반박했다. 나아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은 합병 발표 전 6개월 동안 이 회사 주식을 46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며 "곧 하락할 주식을 왜 기관이 순매수했겠냐"고 맞섰다.
변호인은 "합병으로 한 회사가 피해를 본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도 강조했다.
삼성은 2015년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다. 삼성물산 주식 1주와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두 회사 합병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이 과정에서 중요 단계마다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도 봤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사건 쟁점과 증인신문 등 향후 재판 절차를 논의하는 날로,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그는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이 확정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이날로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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