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시장에 먼저 퍼지는 일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이번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땅 투기 논란은 그간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정보유출 논란을 유야무야 넘겼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21 대책 때부터 신도시 관련 정보유출이 발생하는 등 3기 신도시를 발표할 때마다 걸핏하면 정보유출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신창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과천, 광명 등 3기 신도시 후보지 9곳을 먼저 공개했었다. 이에 국토부는 정보유출이 된 지역을 신도시 후보지에서 제외하는 등 대혼란이 일었다. 당시 조사 결과, LH직원이 지자체와 국회의원실에 자료를 건네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동산 비리는 도로공사에서도 발생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도로공사 직원이던 A씨는 2016년 새만금과 전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보고 나들목 예정 지역 인근 토지 1800㎡를 매입했다. 이후 내부적으로 문제가 돼 최종 파면 조치까지 받았지만, 파면된 A씨는 현재까지도 해당 토지를 부인과 지인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면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에 대한 환수가 이뤄지지 않으니 내부정보를 이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사실 직무를 이용한 비리는 국토부 산하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 공공기관에서도 비리는 발생한다. 실제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장모, 처형 등의 계좌로 주식을 몰래 거래한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적발됐었다.
금감원은 주식거래 횟수도 분기당 10회로, 투자 가능 금액도 지난해 연봉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등 내부통제가 비교적 강한 편이다. 이러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2016~2020년 동안 금감원서 임직원의 주식투자 규정 위반 관련 123건에 달하고 있다.
반면, LH 등 국토부 산하기관들은 이렇다 할 내부통제나 비위에 대한 제재가 없다. 실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LH 징계위원회에서 수사 의뢰한 징계 건은 59건에 달하지만, 토지 투기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건 한 건도 없었다. LH 직원 관리·감독을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가 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등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투기 근절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권세력의 땅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나섰으나 LH에만 철퇴를 가할 뿐 정부 고위 관계자나 정치인들에 대한 투기 방지책은 빠져 있다”며 “LH에서부터 국토위까지 이어지는 투기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공직자 투기 비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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