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관련 의혹이 전국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특별조사팀을 편성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는 투기 논란에 휩싸인 공직자들을 직접 고발했고 검찰과 경찰도 전담팀을 꾸려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전 국민이 공분한 사안이란 점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청산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법·제도의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관련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전 국민이 공분한 사안이란 점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청산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법·제도의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관련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LH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전국 곳곳으로 퍼져
16일 업계에 따르면 LH 직원의 3기 신도시 시흥‧광명 지역 투기로 시작된 공직자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부산도시공사 청렴감사실을 압수수색해 지난해 10월 땅 투기 의혹으로 파면된 부산도시공사 직원 관련 감사 자료를 확보했다. 해당 직원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 상가용지 입찰에 직접 참여해 토지를 분양받은 후 지인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처럼 계약서를 꾸몄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정의당 세종시당은 현재 세종시에 근무 중인 공무원이 타지역 근무 시 해당 지자체가 추진한 도시공원 조성에 대한 정보를 취득해 토지를 매입했다는 공익제보를 접수받고 경찰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A의원과 광명시 6급 공무원 B씨, 포천시 공무원 C씨 등을 부동산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했다. 사준모는 고발장을 통해 “A의원은 딸과 공모해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인 시흥 과림동 일대 토지를 매수하고 상가를 신축해 투기 이익을 취득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해 7월 초 광명시 가학동 소재 임야 793㎡를 4억3000만원에 본인과 가족 3명 등 5명의 공동명의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15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발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A의원과 광명시 6급 공무원 B씨 자택과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포천시에서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C씨는 지난해 9월 신용대출과 담보대출로 40억원을 빌려 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토지 2600여㎡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들을 매입했다. 사준모는 C씨가 땅을 산 이후 인근에 광역 철도역 도입이 결정됐다는 이유로 C씨를 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밖에도 대전, 울산, 창원, 익산 등 각 지자체는 부동산 관련 특별조사반을 꾸려 공직자 투기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LH 투기 수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검찰 내 수사협력단을 설치한다. 각 시·도 경찰청은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해당 지역에 연고나 근무한 이력이 있는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기도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은 사준모 관계자는 “조사는 형식적이었다”면서도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엄중 처벌 강조했지만···'업무상 비밀이용' 증명 어려워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LH 사태는 국민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철저하게 파헤치고 확인해야 한다. 성역도 없고 어떤 예외나 주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투기 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행위에 관한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행위는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한다. 부패방지법 7조 2항에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공직자 투기 행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 이용’이 수사 과정에서 증명돼야 하는데, 비밀을 이용한 투기와 합법적인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 최광석 변호사(로티스 법률사무소)는 “부동산 취득 시 본인 명의인지 지인 등 차명으로 계약한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시 본인이 어떤 직무를 맡았는지가 중요하다. 관련 직무를 맡지 않고 투자 정보를 토대로 가능성을 보고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해도 말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자백이나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유죄 성립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금 출처가 나오더라도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의심이 가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유죄를 받는 공직자는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발견된 투기 의심 사례는 20건에 불과했다. 이 중 당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은 13명이고, 정부 조사 결과 추가된 인원은 7명에 그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기 근절을 위해 법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와 예방책 마련을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업무상 비밀이용죄로 공직자가 받는 처벌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또한 이 죄가 성립되는 경우에만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에 대한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나 공기업, 국토부 등 관련 공공기관에 있는 공무원들은 직계 존속까지 신고를 의무화하고 (투기를 시도한) 공직자를 파면하는 등 관련법이나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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