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배터리 패싱' LGES·SK이노, 소송으로 공급 리스크···글로벌 완성차업체, 딴마음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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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3-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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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배터리사와의 협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 간의 국내외 소송으로 공급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정·재계에서는 한시바삐 소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국산 배터리를 패싱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미래 전략에 대해 항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된 폭스바겐그룹의 '파워데이(Power Day)' 직전 발표된 배터리 미래전략과 연관이 있다.

폭스바겐은 이날 행사 전 "그룹의 미래 통합 배터리 셀(Unified sell)로 각형 배터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에도 이를 통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폭스바겐의 선언은 그간 주력이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중국 CATL과 자체 투자 기업인 노스볼트의 각형 배터리 탑재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는 다소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국내 배터리 산업 전체로 본다면 커다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문제는 다른 완성차 업체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팔리는 지난달 말 해외 콘퍼런스에서 "미국에서도 대규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산업의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공급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터리 생산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미래전략에서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의 소송전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최종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에 대해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확정했다.

문제는 그동안 SK이노베이션과 거래하던 포드와 폭스바겐이 돌연 배터리를 장기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ITC는 폭스바겐과 포드의 사정을 감안해 각각 4년과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줬지만, 이것으로는 장기적 공급 불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공급 불안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제품을 미래전략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마무리는커녕 이달에도 특허권 침해 관련 2차전 예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양사가 지금까지 제기한 소송만 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소송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소송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소송전 탓에 국산 배터리 기피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시각이다. 실제 국내 정치권에서도 양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걱정하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올 초부터 지속해서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을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지 내부에서 소송만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서 소송 리스크에 따른 공급 부족 문제를 우려해 국산 배터리를 패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다른 업체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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