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된 '알뜰주유소'···정유사들 코로나19 위기에 '울며 겨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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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3-1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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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에서 알뜰주유소 입찰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으로 손해가 누적되면 적자폭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6차 알뜰주유소 1부 유류공급사로 선정된 SK에너지와 에쓰오일(S-Oil)이 공급해야 할 유류 공급물량은 50억 리터에 달한다. 이는 2017년 진행된 5차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사 입찰 당시와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된 주유소 사업이다. 한국석유공사, 농협, 한국도로공사 등이 유류공급사로 선정된 정유사로부터 공동구매를 통해 휘발유·경유를 공급받고, 이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알뜰주유소는 1241개가 있으며, 유가는 리터당 30원정도 저렴하다. 다만 알뜰주유소가 휘발유·경유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공급사가 가격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문제는 일반 주유소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이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제마진은 2달러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통상 정유사가 수익을 내려면 4달러 수준의 정제마진이 유지돼야 한다는 인식을 감안하면 손해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공급 유가가 더 낮기에 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사상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정유사가 감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정유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손실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정으로 현재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공급사 지위를 2년 추가로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오는 7월 정유4사를 대상으로 7차 알뜰주유소 공급사 입찰을 받는다. 올해 9월부터 2년간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할 정유사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놓고 적자가 확정된 사업을 어느 기업이 하고 싶겠느냐”며 “정유사간 눈치보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유통 구조. [그래픽=한국석유공사 제공]


정유업계에서는 공급사로 선정되면 손실이 너무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다보니 입찰하지 않을 수도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산업부 등에서 압박을 하는 터라 결국 입찰을 할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정유사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공급사가 시장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알뜰주유소가 정부의 유가 안정 선전용으로 전락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알뜰주유소 전면 재검토·폐지를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김정훈 협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국민과 석유사업자 모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전세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과 석유수요 감소 등으로 석유유통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협회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통한 시장 정상화와 과도한 단속·처벌 완화, 주유소 전·폐업 지원 및 유외사업 확대 등 석유사업자 이익과 권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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