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박원순 피해자 호소에 11시간 만에 열린 박영선의 입..."모든 것 짊어지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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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3-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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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피해자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확한 책임 규명하라"

  • 박영선 "생각할 시간 필요...오늘 밤 페북에 입장 올리겠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확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지만, 공식적인 입장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역시 이날 열린 열린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 발표 직후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3시간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다"는 글을 남겼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당과 후보의 입장을 내놓는 것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페이스북에 "오늘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한다.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냐.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됐다. 맞다. 제가 후보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후보는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달라"고 했다. 이는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는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해 논란이 됐던 의원들에 대해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는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냈으면 좋겠다.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남인순 민주당 의원을 꼬집으며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남 의원은 현재 박영선 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불과 3시간 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다. 박 후보는 열린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 발표 직후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이 시간은 김진애 후보와의 시간이니까 여기서 종료하자"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빠른 걸음으로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박 후보를 향해 기자들이 재차 '오늘 중요한 기자회견 아니었느냐'고 묻자 "중요한 그 부분은 제가 집에 가서 진지하게 생각해서 오늘 저녁에, 밤에 페이스북에 (입장을) 올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박원순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한 지 7시간이 지났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답했다. 또 '피해자가 후보에게 징계를 요청했다'는 질문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려다 멈춰 서서 "제가 페이스북에 밤에 올릴 것이다. 저한테도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박 후보 대변인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의) 기자회견 관련해서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라고 했다. 이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대응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장이 없다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박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현재 캠프 차원의 공식 입장을 협의 중이다. 오늘(17일) 중으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당 지도부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김태년 민주당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 엘시티(LCT) 현장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그것과 관련해서는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을 피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보고 이야기를 드리겠다.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양향자·박성민 두 여성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각자 피해자를 향한 사과문을 올렸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저는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었다. 저의 잘못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의 작은 사과가 피해자께서 안고 계실 절망 중 먼지 하나 만큼의 무게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피해자께 죄송하고 저 스스로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서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우리 당 선출직 공직자부터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달라"며 "저 역시도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양 최고위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는 게 가장 급선무다. 이를 위한 당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당의 기준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책임 수위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같은 여성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피해자를 그토록 외롭고 괴롭게 만든 것이 우리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였음을 알기에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성비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비롯해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까지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오늘 피해자 기자회견에 대해 정치적 해석이 가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묵인해서도 방관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이날 오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하기' 행사에 참여해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상황에서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많이 묻혔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과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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