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몰락] 에너지세금 95%가 정유제품에서...'탄소세' 추가 검토에 정유업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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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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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에 이르는 국내 정유산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에 정유사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5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국내 정유4사(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는 정부의 환경규제, 탈석유, 신재생에너지 발굴 등 정책으로 과거 석탄산업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더해 탄소세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등 산업에서 기업의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업계에서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판단은 공감한다면서도 ‘형평성에 맞는 탄소세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에너지 과세 체계 개편의 쟁점과 과제’를 보면 에너지 관련 세수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휘발유, 경유로부터 징수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에너지에 부과되는 세금은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자동차세 △교육세 등이 있는데 이중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에만 부과된다. 휘발유의 경유 리터당 529원, 경유는 리터당 375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고 있다.

교육세도 휘발유, 경우, LPG(액화석유가스), 등유, 중유, 부생유 등 정유 제품에만 부과되는 세금이다. 자동차세 역시 휘발유, 경유에만 부과된다.

정부가 매년 에너지세 명목으로 걷는 세금의 95% 수준인 약 20조원이 정유제품에서 나온다. 

이 같은 세금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기름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세금 때문이다. 탄소세는 여기에 탄소배출에 따른 추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추가 세금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탄소세를 부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정유제품에는 이미 과하게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에너지와 같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기존 세금에, 탄소세, 탄소국경세 삼중고를 겪을 위기에 처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8년 국내 정유산업이 세계 5위에 올랐지만 그 이후로 계속 추락 중”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산업을 계속 축소시키는 정책보다는 대체에너지와 함께 클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이대로는 과거 광산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SK인천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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