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7일(현지시간) ‘제로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최근 뉴욕증시 등 금융시장을 압박했던 불안감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전날부터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의 기준금리 0~0.25%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예상보다 빠른 경제 회복세와 물가상승률에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불안감에 떨었던 시장은 안도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월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달라진 태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영사 블랙록의 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5일 이번 FOMC 정례회의가 시장에 ‘마치 매드니스(March madness·3월의 광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연준의 정책 의사소통 방식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연준이 그동안 추구했던 소극적인 태도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연준이 지금이라도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설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 ‘마에스트로’ 파월의 비둘기 파워···‘골디락스’ 시대 오나
월가는 이날 공개된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종합해 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 ‘골디락스(Goldilocks)’ 실현 기대를 심어줬다고 평가했다.연준이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무너졌던 경제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금리·물가·자산가격과 상관없이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아누 가거 선임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시장에 강한 경제 성장과 완만한 상승세의 물가, 기업실적 개선, 그리고 매우 완만한 통화정책 상황 등이 공존하는 ‘골디락스’ 기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FOMC 성명 발표 후 급등해 사상 첫 3만3000선 돌파를 기록했다.
월가는 연준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지난해 12월의 4.2%에서 2.3%포인트(p) 높게 올리면서도 물가상승 우려를 일축한 것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FOMC 위원들은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전망치를 2.2%로 조정하면서도, 2022년엔 다시 2.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해 시장의 우려를 지웠다. 연준이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것이 팬데믹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일어날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반등(a transitory rise in inflation)은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연준의 정책변화는 지속적인 2.0% 이상 인플레이션과 완전고용 같은 실질적인 추가 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모나 마하잔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투자 전략가는 연준이 당분간 인플레이션 수치가 2%를 넘어서도 정책 변화를 고려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파월 의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눴던 월가는 그를 향한 찬사를 쏟아내며 시장의 반응에 환호했다.
모건스탠리 투자관리의 짐 카슨 글로벌 매크로 전략본부장은 CNBC에 “(이날이) 파월 기자회견 중 최고였던 것 같다. 그가 미션을 완수했다”며 파월 의장이 그동안 회피했던 시장의 불만에 정면돌파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물가회복 거래)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극찬했다.
그레그 파란넬로 아메리베트 증권 미국 금리 본부장은 파월 의장을 ‘거장(maestro)’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