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최초로 적용되는 순수 전기차다. 앞서 업계에서는 차량용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자 아이오닉 5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김동욱 현대차 정책조정팀장(부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서 열린 '제1차 차량용반도체 수요업체·팹리스 기술교류회' 직후 기자와 만나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아이오닉 5 생산은 제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량용반도체 수급 및 재고 관리에 힘써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오닉 5 생산 차질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오닉 5는 국내 사전계약 접수 일주일 만에 3만5000여대가 계약됐을 정도로 초기 반응이 뜨겁다. 현대차는 당초 올해 2만6500대를 국내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물량 3000대가 완판됐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100개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선 차량용반도체 확보가 필수다.
이미 상당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포드·제너럴모터스(GM) 등이 생산을 감축했고, 한국GM도 공장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도 일부 차종에 한해 특근을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날 교류회 역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반도체·완성차 업계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현대차 외에도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완성차 업체와 네오와인, 빌리브마이크론, 실리콘알엔디, 라닉스 등 차량용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들이 참석해 수급 불균형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KAMA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반도체의 98%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김동욱 부사장은 이날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차량용반도체 전시 제품을 둘러본 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어떻게 하면 협력이 가능할까에 관해 보고 있다"며 "팹리스들의 카탈로그도 챙겼다"고 말했다. 또 "연구소에서 접촉한 곳도 있고, 아직 그렇지 못한 곳도 있는데 앞으로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기 모임을 통해 반도체 수요·공급업체 간 교류를 확대하고, 공동기술 개발, 공동평가·인증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단 한 종류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도 자동차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국내 산업기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수요를 보고, 정기적으로 교류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차량용반도체 국산화 지원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열고 차량용반도체 확보를 위한 공동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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