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지난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첨예한 갈등을 재확인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외교수장이 만나 이같이 한 목소리를 냈다.
22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에서 회담을 갖고 전략적 소통을 했다.
이날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미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평화·발전에 초래한 손해를 반성해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일방적인 괴롭힘과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 블록 '쿼드'(Quad·4자)에 반발하는 한편, 미국의 홍콩 문제 비판 등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왔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이 이날 광범위한 공통인식을 이뤘으며, 자국의 최근 대미 관계 근황에 관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양국 외교 장관은 이란, 미얀마 등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조속히 전면적 협의에 무조건 복귀하고 이란에 대한 일방적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면서 "미얀마 각 정당이 헌법과 법률의 틀 아래 현 위기의 정치적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을 지지한다"며 "외부세력이 이익을 꾀하는 것을 막고, 미얀마의 민주화 전환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장관은 이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세를 비롯해 유엔 개혁, 기후변화 대응, 아프가니스탄·시리아·수단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라브로프 장관은 왕 위원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중은 지난주 미국과 중국의 알래스카 고위급 대면 회담이 끝나고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를 확대하며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본격화하자 이들 두 나라의 밀착도 심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과도한 압박이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유도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미국은 ‘전략적 과부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