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지희(25세·가명)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여행을 다닌다. 여행 주기는 1달에 1~2번 정도. 지희씨는 여행 횟수보다 여행 방법을 바꿨다. 타인과 접촉을 줄이며 안전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집 안에만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확산 이전(2019년)과 이후(2020년) 숙박여행 경험률 추이를 보면 등락 패턴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에서 여행소비자를 대상으로 숙박여행과 당일여행 경험에 대해 물었다.
◆숙박여행 경험률은 코로나 이전보다 11%p 감소
코로나 이전(2019년)과 이후(2020년)의 숙박여행 경험률(지난 3개월 이내)은 각각 69%와 58%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후 11%p 감소한 수치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1~2월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코로나로 인해 감소한 수치는 12%p 정도로 숙박여행 경험은 이전보다 6분의 1가량 줄었다.
주별 경험률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당시 여행 경험률이 급감했지만, 4월 4주(20년 17주차) 거리 두기가 완화하며 최저점에서 서서히 벗어나 코로나 이전(2019년)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경험률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전년과 흐름이 유사하다는 것은 확진자 수 증감이나 거리 두기 강화의 영향력이 둔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한 주 누적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섰음에도 50% 대의 여행 경험률이 유지됐다.
◆숙박여행보다 민감하지만 추이는 비슷한 당일여행
지난해 당일여행 경험률은 평균 23%였다. 대략 4명 중 1명이 지난 일주일 안에 1회 이상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고 응답한 것. 설문 기간인 52주 중 당일여행이 가장 높았던 시점은 10월 3주(42주차)로, 28%의 경험률을 기록했다. 또 10월 4주(43주차)와 5월 1주(18주차)가 소수점 차이로 뒤를 이었다.
10월 3~4주는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했고, 5월 1주는 어린이날과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있어 경험률이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최저점은 한 주 누적 확진자 수 최대를 기록한 12월 3주(51주차, 16%)였고, 그다음은 1차 대유행 시기인 3월 1~2주(9~10주차, 17%)로 집계됐다.
코로나라는 대형 악재가 당일여행을 즉각적으로 위축시킨 것이다.
다만 12월 3주의 경험률이 이전 최저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일여행 역시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일정한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숙박여행 많이 하면 당일여행 경험도 많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인구사회적 특성별로 숙박여행과 당일여행 경험률을 비교한 결과, 대체로 숙박여행을 많이 하는 집단이 당일여행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집단의 경험률이 높았다. 외출을 제한받는 어린이를 위한 부모의 배려가 여행을 촉진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전업주부의 경험률은 최저를 기록했다. 다수 가족의 생활 중심이 가정으로 이동하면서 가사 노동의 증가는 불가피해졌다. 전업주부는 집밖에 나갈 기회를 잃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여행률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연령대별로 젊은 층은 숙박여행을, 50대 이상은 당일여행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는 여행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해외여행은 원천적으로 막히고, 숙박여행은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사람은 가고 있었다. 확진자 수나 거리 두기 단계 변화의 영향도 단기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피로감도 쌓이고, 위험에도 둔감해진 만큼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억눌렸던 여행 욕망은 더욱 강하게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중심의 단기대책보다는 안전한 여행, 안심되는 여행을 개발하고 권장하는 장기적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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