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철폐' 외치며 거리로 나온 고려대학교 교직원 노동자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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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기자
입력 2021-03-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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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1·2지부, 23일 기자회견 열고 성실교섭 이행 않는 대학 규탄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1·2지부가 3월 초 부터 서울 본교 안암캠퍼스와 분교인 세종캠퍼스에 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궁극적으로 비정규직 철폐다. /사진= 김기완 기자
 

그들이 원히는건 많은 것이 아니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 받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 그것 뿐이었다. 학교가 잘 운영되고 발전돼야 노동자는 물론 모든 관계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먹고살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학교가 잘 운영돼야 우리의 직장도 있는 겁니다. 학교에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요구는 그저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 달라는 기본적인 것 입니다.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투쟁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평화 투쟁을 이어갈 것 입니다"

'이른바' 민족고대로 불리며 국내 최고 명문대열에 속하는 고려대학교가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교직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고려대학교 교직원들이 천막을 치고 거리로 나온지 한 달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안암동 본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섭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대학 측을 강력 비판했다. 이들의 투쟁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대학 측과 총 열세 번의 교섭을 벌여왔지만 협상 등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1·2지부(이하 쟁의대책본부)는 회견에서 "정진택 총장의 휴먼KU라는 캐치프레이즈 사람 중심의 고려대학교,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는 고려대학교라고 굳게 믿고 교섭한 결과가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라며 천막을 치고 투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1·2지부가 3월 초 부터 서울 본교 안암캠퍼스와 분교인 세종캠퍼스에 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궁극적으로 비정규직 철폐다.

쟁의대책본부는 "고려대지부가 단체협상에서 제출한 안건은 요구 항목이 많다는 이유로 대학 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직원 간 차별을 시정하라는 요구마저 묵살한 대학 측의 소통 부재로 교직원들을 천막 농성장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쟁의대책본부 측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고려대학교 노동자는 500여 명 증가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대부분 최저시급 수준의 연봉을(2200만원) 받고 일하고 있다. 근속기간이 늘어나도 임금이 오르지 않고 연봉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10년, 20년을 일해도 오르지 않는 불합리적인 연봉체계 때문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며 "대학 측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과 무기계약직을 양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정규직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으로 노동자들을 길들이고 있다고도 했다. 대학 측이 교직원들 간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황성관 고려대 2지부장은 "대학이 교직원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단 한번도 노동조합과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고,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쟁의대책본부는 "고려대학교는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하라"며 △고려대학교 구성원 간 차별시정을 즉각 이행 △노노갈등 및 노사갈등 조장 중지 △단체 협약에 명시된 11개의 부처장 임명 △총장 후보자 시절 약속한 직원 처장 임명 △단체협약 미이행 공개사과 △합리적인 호봉체계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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