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미중간 팽팽한 기싸움, 양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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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1-03-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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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미·중 간 고위급 회담내용이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별도의 성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었지만, 양국 간 주고 받은 공방의 수위가 기존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취재가 허용된 모두발언은 각각 5분 내로 진행될 회담의 방향성과 희망사항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비공개 회담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회담은 1시간에 걸친 공개 모두발언에서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양국 간 갈등을 추구하지도 않지만, 힘든 경쟁도 환영한다"는 말을 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 패권주의의 고질병을 좀 고쳐야 한다"고 강력한 어조로 되받아쳤다. 전반적인 논조와 어투를 보면 중국이 좀 더 강력하게 대응한 듯하다. 특히, 왕 부장이 표현한 ‘고질병, 나쁜 버릇’이라는 뜻의 ‘라오마오빙(老毛病)’이라는 중국어 표현을 면대면의 고위급 회담에서 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은 출발부터 설전을 주고 받는 팽팽한 신경전 양상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외 매체에서는 분명한 입장 및 인식의 차이만 확인하는 회담이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번 양국 고위급 회담이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나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였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 양국은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와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을 바라보는 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필자는 크게 정치 및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치적 관점에서 미·중 양국 모두 자국 내 지지율 상승에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이지만 양국은 대중 및 대미 정책의 기본입장을 강하게 전달했고, 무엇보다 자국민들에게 속이 시원할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그동안 끊임없이 따라다닌 친중 성향의 미국 정치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미국 내 여론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직설적으로 중국의 약점인 홍콩, 신장·위구르 등 민감 이슈를 던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자랑스럽다고 극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은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어차피 미국이 인권 이슈를 들고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확고한 중국의 입장표명을 하는 게 중국 14억 인민들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치공학적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번 회담에서 언급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의 말이 중국 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미국은 거만한 태도로 군림하면서 중국인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고, 중국인에게 이런 수법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식의 민주가 있고, 중국에는 중국식의 민주가 있다",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 등의 표현이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이런 표현들이 적힌 붉은 색 티셔츠와 가방, 스마트폰 케이스, 우산, 라이터 등 갖가지 상품들이 이미 타오바오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이 두려워하는 가장 큰 적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 내 분열과 자국민의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회담은 중국 공산당에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보여진다.

둘째,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회담을 실패라고 볼 수 없다. 우선 무역협상 세부 논의 방향 및 글로벌 환경문제 등 이슈의 경우는 양국이 어느 정도 접점을 맞춰 갈 확률이 높다.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중 양국은 관계개선과 협력을 해야 하는 유인들도 함께 존재한다. 이번 미·중 양국 고위급 회담도 총론이 아닌 각론적인 측면에서 양국 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기본적인 교감 없이 단순히 상호비방과 설전을 하기 위해 중국이 알래스카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국에 대한 경제적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오히려 미·중 양국 간 2020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이는 전통적 글로벌 밸류체인(GVC) 구조에서 아직도 미·중 양국이 공생하는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비핵화 관련 이슈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담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블링컨 국무장관은 "It’s not a surprise!(놀랍지도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중국의 인권 이슈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중국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향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약점이자 레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홍콩, 타이완,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인권 및 영토 이슈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 다른 협상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영기업 보조금 지원,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등 일련의 경제적 이슈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다른 양보와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선 양보할 수 있는 것과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는 듯하다. 중국이 ’핵심이익‘이라고 강조하는 이슈는 양보할 수 없다는 확고한 방침이지만,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전략적 협상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의 경우도 중국은 다양한 고민을 할 것이다. 북한 이슈는 중국에 있어 미국에 대응할 중요한 지렛대 중 하나이다. 어떠한 접근과 방식이 중국에 도움이 될 것이냐에 따라 북한 이슈는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양국 고위급 회담 협상의 화살이 한국을 향하고 있다. 대중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의 쿼드 참여와 북한 이슈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계산법이 빨라지고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좀 더 강력한 연결고리를 고민해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경영전략박사 ▷주중 한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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