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레이(陳磊)가 중국 신흥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拼多多)를 이끌 새 수장이 됐다. 핀둬둬를 공동 창업한 황정(黃崢) 회장이 지난 17일 돌연 은퇴 선언을 하고 천레이 최고경영자(CEO)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주면서다. 이로써 천레이가 이끄는 포스트 핀둬둬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천레이, 농업에 집중할 듯...전화 회의서만 '농업' 29차례 언급
22일 중국 IT 매체 테크웹에 따르면 천레이 회장은 지난 17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이용자 기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앞으로 세계 최대 농산물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손쉽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초심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농업은 줄곧 우리의 전략적 핵심이다. 중국 최대 농산품 플랫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레이 회장이 농업을 이같이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농업에 주력할 것이란 신호로 풀이된다. 이날 10분 동안 진행된 전화 회의에서 천 회장은 농업 관련 단어를 29차례 언급했다고 테크웹은 설명했다.
사실 핀둬둬는 이미 농업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농산물과 신선식품을 파는 '둬둬마이차이'를 출범시켰다. 둬둬마이차이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뒤 매장에서 픽업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인의 식료품 소비행태가 언택트로 바뀌면서 둬둬마이차이는 큰 수혜를 입었다. 2020년 핀둬둬의 농산품과 농부산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2배 증가한 2700억 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16.2%를 차지했다. 전국 1200만 농가가 핀둬둬를 통해 농산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제치고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도약에도 '박차'
핀둬둬는 전자상거래에도 치중할 계획이다. 핀둬둬의 강점인 전자상거래와 SNS를 결합한 공동구매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획기적인 쇼핑 방식을 더 극대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천레이는 핀둬둬가 이용자 기준 알리바바를 제쳤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10억명의 중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100억 위안 상당의 보조금을 들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핀둬둬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핀둬둬의 연간 활성 이용자는 8억명에 근접한 7억8800만명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이용자 규모만 놓고 보면, 핀둬둬는 이미 알리바바(7억7900만명), 징둥(4억7200만명)을 추월해 1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업체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자상거래액 규모에서 알리바바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핀둬둬엔 '짝퉁'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닌다는 이유에서다.
지방도시와 농촌 지역 점유율이 높은 핀둬둬의 지난해 전자상거래액은 1조1570억 위안이다. 도시 지역 이용자가 월등한 알리바바의 6조5890억 위안과는 아직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거대 인터넷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 규제당국은 지난 3일 핀둬둬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공동구매 서비스에 대해 시장 교란 혐의로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포스트 핀둬둬를 이끌 천레이는 누구?
사실 천레이와 관련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황정 회장과 핀둬둬를 공동 설립했으며, 창업 이후 줄곧 핀둬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왔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핀둬둬 CEO에 이어 회장직을 맡으면서 그와 관련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뉴스 포털 제몐에 따르면 천레이는 중국 칭화대와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를 나온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다. 졸업 후 구글에서 인턴을 했으며, 미국 야후, IBM에서 근무했다.
제몐은 천레이와 황정은 인연이 깊다며 전공이 같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고 전했다. 천레이보다 한살 어린 황정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컴퓨터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 실리콘밸리 유망 스타트업으로 부상 중이었던 구글에 입사했다.
황정은 2006년 중국에 돌아와 구글 중국판공실 창립에 참여했지만, 창업에 목말라 있던 그는 이듬해 구글을 뛰쳐나와 전자상거래 대행업체 및 게임회사를 잇따라 창업했다. 창업할 때마다 천레이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정이 2015년 9월 핀하오훠(拼好貨), 지금의 핀둬둬를 설립할 당시 천레이는 CTO로서 분산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핀둬둬를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핀둬둬 직원 가운데 기술·알고리즘팀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천레이의 영향이 크다고 제몐은 전했다. 천레이가 지난해 7월 CEO를 맡은 후에도 가시적인 실적을 보이며 회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역량도 보여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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