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목 하에 더 까다로운 상장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중국 상하이·선전거래소에서 IPO 계획을 철회한 기업은 총 84곳이다. 3년 만에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9곳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로, 엄청난 증가폭이다.
특히 IPO 계획 철회는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과 선전거래소의 ‘창업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과 창업판은 모두 주식 발행 등록제를 도입한 시장이다. 주식 발행 등록제란 기존에 시행했던 인가제와는 달리 상장 예비기업들이 필요한 서류만 제대로 제출하면, 거래소에서 검증하고 20거래일 이내 증감회 등록 절차를 거쳐 바로 상장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올 들어 거래소 검증에 통과한 기업들이 잇달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심사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상장 지연을 겪으면서 IPO 취소 기업들도 덩달아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상장 요구를 다시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상하이거래소에 이미 상장돼 있는 지리자동차는 커촹반 2차 상장 과정에서 ‘불명예’를 안았다.
앞서 지난해 9월 상하이거래소가 지리차의 상장을 승인했지만, 증감회에서 6개월째 등록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리차의 기술력이 커촹반 상장기업에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증감회가 판단한 것이라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귀띔했다.
지리차는 지난해 6월 커촹반 IPO로 200억위안(약 3조5000억원)을 조달해 전기자동차 등 미래차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는 주식등록제를 시행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종전의 인가제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중국 증감회 수장인 이후이만(易會滿) 주석은 중국개발포럼에서 "등록에 기초한 IPO 제도(주식등록제)가 느슨한 심사 기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투자자에 한층 가치 있는 기업을 제공하려는 제도이기 때문에 IPO를 신청하는 기업에는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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