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반도체 슈퍼 사이클(호황)과 맞물려 이들 3사의 파운드리 시장 내 점유율 및 투자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시 공장 증설 등 국내외 투자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200억 달러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곳 건설
인텔은 23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글로벌 라이브 브리핑을 열고 대규모 파운드리 사업 진출과 새로운 종합반도체(IDM) 업체로 탄생하는 내용의 ‘IDM 2.0’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2월 CEO로 취임한 엔지니어 출신의 팻 겔싱어는 사실상 공식 데뷔 무대인 이날 행사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우고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공언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채비를 단단히 해왔다. 이미 회사 내 수직적이고 독립적인 파운드리 사업부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신설했고 랜디르 타쿠르 박사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겔싱어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2025년까지 1000억 달러(약 1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인텔은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반도체와 플랫폼, 패키징과 제조 과정을 모두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인텔은 그동안 TSMC와 삼성이 양분해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역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겔싱어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모바일 장치에 사용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아키텍처 ARM 기술 기반 칩과 자체 아키텍처인 x86 칩 등 다양한 칩을 제조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고객사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애플 등을 끌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글로벌 3강 체제...삼성, 美 투자 가속도
인텔의 파운드리 본격 진출은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인텔의 가세로 세계 시장이 3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6%, 삼성전자가 18%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이번 파운드리 진출 선언은 CPU 등 자사의 핵심 반도체 기술력이 타 파운드리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 결과란 해석이다. 그동안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터라, 삼성전자를 상당히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텔이 예고한 2개의 팹이 애리조나에 집중된 것도 이채롭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시 공장 증설과 관련 정부 당국과 세제 혜택 등을 조율 중인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체 후보지 중 한 곳이 애리조나다. 인텔은 자사의 심장부인 애리조나에 TSMC에 이어 삼성마저 들어올 것을 우려해 과감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로 과감한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예고한 오스틴 시 공장 증설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팹 증설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텍사스 주정부 등이 세제 혜택을 전향적으로 검토중인 만큼, 삼성전자가 2분기 내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DS부문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3년 내 유의미한 투자계획과 관련 “기존 사업의 지배력 강화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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