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세계 각국으로 퍼지면서 지난해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8590억 달러(약 949조원·추정치)로 전년 대비 42%가 급감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최저치이자,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보다도 30% 이상 낮은 규모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올해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압박하면서 FDI 흐름이 올해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재확산, 백신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가 아직 존재해 당분간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UNCTAD의 이런 전망이 빗겨간 곳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다.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가 전 세계 부유층의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등 관대한 외국인 투자 정책으로 글로벌 ‘슈퍼부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또 거대 자산가들의 ‘아시아의 금융허브’ 홍콩 탈출이 이어지며 싱가포르가 ‘부유층의 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부패 없는 싱가포르, ‘글로벌 자산관리 허브’로
글로벌 법률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Euromoney)는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거대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글로벌 자산 관리 허브’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1923~2015년) 초대 총리가 건국 당시 “싱가포르는 정치적으로 분열된 지역으로, 중립적이고 안정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싱가포르가 거대 자산가의 안전한 재산 보관 창고가 됐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법률회사 중 하나인 덴턴 로디크(Dentons Rodyk)의 에드먼드 레오 선임 파트너는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부패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자산가들이 싱가포르에 몰리는 배경을 설명했다.
유로머니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20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순위에서 스웨덴, 스위스와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각각 102위, 104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된다. CPI는 TI가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 순위로, 부패 정도가 낮을수록 순위가 높아진다.
법률회사 맥카시 데닝(McCarthy Denning)의 싱가포르 파트너인 잭 루카스는 싱가포르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글로벌 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FO, 가족 사무실) 유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유로머니에 전했다.
실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지난 2월 자신이 소유한 베이쇼어 글로벌 매니지먼트(Bayshore Global Management)의 사무소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베이쇼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를 기반으로 설립된 부동산업 회사를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브린 창업자가 아내인 앤 워치츠키와 함께 만든 가족회사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린의 베이쇼어 싱가포르 지점 설립에 대해 “(싱가포르) 현지에 거액의 자산가들이 다수 거주할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의 낮은 세금과 해외 사무소 유치를 위한 현지 정부의 인센티브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브린의 순자산은 865억 달러로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9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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