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폭스바겐이 차세대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를 탑재할 것인지는 업계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사용했는데 향후 각형 배터리를 확대한다고 공언하면서 배터리 시장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중국 CATL과 한국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다.
업계는 폭스바겐이 기존 원통형 대신 각형 배터리를 선택한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원인은 세 가지로 분석된다. 일단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CATL이 주력인 각형을 선택한 전략적 결정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음으로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로 가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유탄을 피하기 위한 조치란 설도 나온다.
업계는 일단 중국 시장에서 '국민차' 급 대우를 받는 폭스바겐이 향후 중국 시장 점율율을 높이기 위해 각형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파워 데이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무엇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대형 시장이다. 이미 중국은 전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업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3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3일 “중국의 미래는 위대할 것(great)”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 공산당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당국이 최근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군(軍)과 주요 공공기업 임직원에게 테슬라 전기차를 이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자, 반테슬라 정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관 EV 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연간 판매량 324만대 중 41%인 133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당초 계획인 20%에서 25%로 상향했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 이후에는 배터리 셀 공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유럽에서 향후 10년 내 240기가와트시(GWh)의 총 생산량을 갖춘 기가팩토리 6곳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헤르베르트 디스(Herbert Diess)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e-모빌리티는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가치사슬의 여러 단계를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배출가스 제로 모빌리티 시대에서 최적의 배터리와 최고의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경쟁에서 장기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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