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다면적일 뿐마아니라 협력과 경쟁, 시스템적인 경쟁 요인들로 이뤄져 있다는 공동의 이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 주장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국이 이끄는 반중연대에 유럽이 더욱 깊이 참여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과 보렐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상호주의, 경제적 이슈뿐만아니라 인권, 안보, 다자주의, 기후변화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블링컨과 보렐은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을 지탱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다당제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 국제법 준수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당제나 다름 없으며, 최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로 잡음이 나오는 중국을 분명하게 겨냥한 것이다.
아울러 양측은 러시아에 대한 대응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겨냥한 공격과 선거개입, 해킹, 허위정보 등 복합적 위협 등과 같은 행동에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양측은 협력에 앞서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독일과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사업인 '노드스트림2' 사업에 대해 동맹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유럽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독일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에도 미국 제재 위협에도 불구 가스관 연결 사업을 이어왔다.
지난 23일 블링컨 장관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과 러시아간 가스관 연결사업이 유럽과 미국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스관을 둘러싼 갈등은 바이든 정부의 동맹 복원에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87년 냉정당시에도 레이건 정부는 유럽이 당시 소련으로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당시 블링컨은 '동맹 VS 동맹:미국, 유럽, 시베리아 가스관'이라는 제목의 첫 저서를 발표했다. 포린폴리시는 "당시 미국 정부가 처했던 상황은 현재와 비슷하며, 미국 외교에 대한 블링컨의 분석은 미국 외교의 방향을 읽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에도 시베리아 가스관은 미국과 유럽 사이 관계에서 큰 논란이 된 사안이었다. 레이건 정부 당시 미국은 소련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구 유럽은 러시아와의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협력하면서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틀었으며, 이 과정에서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에게 이는 에너지원을 다양화 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이는 소련군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는 일 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유럽은 미국의 반대에도 가스관을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유럽 기업들은 제재를 받았다. 유럽 정부도 이같은 정책을 밀어부쳤으며, 외교정책에서의 갈등은 상업적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프랑스 외교장관은 “대서양 동맹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가스관 반대에 맞서 미국을 신제국주의라고 비난한 독일의 반발과도 닮았다.
당시 집필했던 책 '동맹 VS 동맹'에서 블링컨은 소련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미국과 소련의 변화를 지나치게 낙관한 유럽 모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은 소련이 아닌 동맹이 유럽으로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하기 힘든 소련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동맹의 '협력'이라는 게 당시 블링컨의 주장이었다.
책에서 블링컨 장관은 “보다 조화로운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서 서구국가들은 경쟁국들을 제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소련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전략은 단단한 대서양동맹 연대라는 지적이다. 이어 "만약 시베리아 가스관 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 있다면 서구 동맹은 단단하게 맺어져 있는 지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소련에 대한 전략을 짜는 것보다 내부 단결이 더 중요함에도 동맹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블링컨의 지적이었다.
지난 12월 포린 폴리시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가스관뿐만 아니라 이란과 중국에 대한 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지 3개월이 넘어가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들은 서서히 목소리를 모아가고 있다.
과거 트럼프 정부 외교라인이 중국과의 갈등에 초점을 마췄다면, 바이든 정부는 유럽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와 5G 등을 놓고 어느 편이냐는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면, 바이든 정부는 동맹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 줄이고 이들의 우려점을 들어주는 것에 우선할 수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