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회복 낙관론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성장(기술)주에서 가치주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최근 시장을 압박하던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는 안정됐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기술주 탈출이 앞다퉈 이뤄진 여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65.81포인트(2.01%) 추락한 1만2961.89를 기록했고, 지수에 상장된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주가도 모두 2% 이상이 떨어졌다. 대표 기술주로 꼽히는 테슬라의 주가는 4.8% 급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테슬라는 반등에 실패했다.
나스닥의 추락은 경제 낙관론에 상승 곡선을 그리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움직임도 바꿔놨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날 종일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다우지수는 거래 종료를 앞두고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다우지수의 하락 마감이 나스닥의 폭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금리 오름세가 안정됐음에도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은 인플레이션·국채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며 기술주의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금융주와 소비주는 경제 회복 속도 가속화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크리스 하비 전략가는 이날 CNBC 방송에서 호텔, 카지노, 레스토랑 등 외부에서 이뤄지는 소비 관련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소비하려는 사람들과 정부의 재정부양책과 통화완화정책이 결합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성장주가 향후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하락 압박을 받으리라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경기회복 등의 거시적인 환경이 금융주의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향후 금융주들의 수식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금융주가 가치주의 36%를 차지함에도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참석해 한 발언도 월스트리트(월가)의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옐런 장관은 현재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은행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이 ‘은행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반대했으나, 현재는 규정에 따라 주주들에게 배당할 자유를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6월 미국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 배당금 인상을 제한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은행주의 자사주 매입을 재허용했지만, 매입 규모를 전년도 이익 규모로 제한했다.
CNBC는 옐런 장관이 은행의 자사주 매입, 배당금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면서 “올해 1분기에는 자사주 매입이 완화돼 은행들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재건에 대한 자신감을 재차 드러냈다. 그는 “올해는 경제가 매우 강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시장의 국채금리 상승을 ‘질서 있는 흐름’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있겠지만, 일시적이라는 의견을 다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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