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사태 장기화 조짐에 HMM 46년 만에 희망봉 우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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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3-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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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수에즈 운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선박 4척을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HMM이 희망봉 노선을 활용하는 것은 지난 1975년 이후 46년 만이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번주 수에즈 운하를 지날 예정이던 2만4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HMM 스톡홀름호'와 'HMM 로테르담호', 'HMM 더블린호'와 5000TEU급 부정기선 'HMM 프레스티지호'의 남아공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현재 로테르담호와 더블린호, 프레스티지호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스톡홀름호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가장 먼저 수에즈 운하로 진입해 길이 막혀버린 2만4000TEU급 'HMM 그단스크호'는 인근 해상에 나흘째 대기키로 했다.

이번 우회는 HMM이 가입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의 협의 끝에 결정됐다. 같은 '디얼라이언스' 회원사인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 홈페이지에도 HMM 소속 선박들이 우회를 결정했다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다.

HMM은 수에즈 운하 재개가 며칠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봉을 돌게 되면 약 9000㎞를 더 항해해야 해 소요 기간이 7~10일 더 걸린다.

희망봉 항로는 운송 소요 기간뿐 아니라 연료비도 그만큼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대형 해운회사들이 희망봉 우회를 검토하는 이유는 운송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 수에즈 운하 양방향에서 정체된 선박은 185척에 달한다. 지난 23일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하면서 운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집트 당국은 다른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사고 선박의 규모가 크고 모래톱 지형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정상화까지 수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 개통 이후 해운업체들은 희망봉 노선을 잘 이용하지 않았지만 1967년부터 8년간은 다시 희망봉 항로를 이용했다. 당시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6일 전쟁'으로 수에즈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군이 대치했고,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이 벌어진 이후 1975년에야 재개통된 탓이다. 글로벌 해운사가 수에즈 운하가 막혀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는 것은 1975년 이후 처음으로 파악된다.

HMM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논의 끝에 그렇게 결정했다"며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MM의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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