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 부동산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 사건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부동산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LCT) 특혜 분양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도쿄 아파트 소유 문제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의 친형 땅 특혜 매매 의혹으로 맞받았다.
선거가 혼전양산으로 이어지며, 의혹의 핵심은 사라진 채 상호비방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부동산을 둘러싼 의혹을 29일 정리했다.
◆ 오세훈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해명 꼬이면서 논란 커져
민주당은 연일 오 후보의 ‘셀프보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 후보의 처가는 서초구 내곡동 일대 4443㎡의 땅을 지난 1970년 상속받았다. 이 땅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재임하던 2009년 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편입됐다. 오 후보 처가는 SH(서울도시공사)로부터 36억 5000만원을 보상받았다. 오 후보의 부인은 땅 지분 8분의 1에 해당하는 4억 5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의혹의 핵심은 서울시장이던 오 후보가 당시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했느냐 여부다. 오 후보는 정책 결정에 개입한 바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는데, 몇 차례 해명이 꼬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초 오 후보 측은 처가의 땅이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됐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보금자리주택으로 명칭이 변경되며 절차에 따라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내곡동이 국민임대주택단지 후보지에 오른 건 맞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진 못했다. 개발예정지구로 지정이 된 건 오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당시 서울시 주택국장은 내곡지구 개발은 주택국장 전결 사항으로 오 후보에게 보고없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당시 이 땅의 위치와 존재도 몰랐다”고 했는데 이를 반박하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0년과 서울시장이던 2007년 재산신고에 이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오 후보는 “존재를 몰랐다는 표현은 당시에 수용 절차가 진행되는 것조차도 몰랐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오 후보가 측량 현장을 지켜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KBS는 내곡동 땅을 경작하던 복수의 경작인의 증언을 토대로 오 후보와 오 후보 장인이 측량 현장을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중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는 2005년 당시 토지측량 현장에 있지 않았고 측량이 이뤄진 사실조차 몰랐는데도 KBS가 악의적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서는 “측량관계법상 측량을 의뢰하거나 입회할 수 있는 인물은 토지 소유자”라며 “KBS 보도에는 '장인과 오세훈'이 현장에 있었다고 특정했는데, 이 두 사람은 모두 토지 소유권자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 박영선 “도쿄 아파트 2월 처분했다”…日 등기부엔 여전히 ‘소유’
박 후보 배우자의 도쿄 아파트와 관련된 의혹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오 후보자의 내곡동 땅 문제를 연일 공격하자 국민의힘이 이에 맞불을 놓은 것인데, 도쿄 아파트 소유 자체에 특별한 법률적 문제는 없다. ‘도쿄 아파트’란 특수성을 국민의힘이 공격하는 차원이다. 이와 관련된 박 후보의 해명도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 후보는 후보 등록을 하며 배우자 이원조 변호사가 도쿄 미나토구에 9억 73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21일 “남편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2008년 회사에서 쫓겨나 일본으로 가게 됐고 거기서 직장을 구해 살아서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아파트는 지난 2월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했기 때문에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박 후보의 해명과 달리 일본 등기부등본 상엔 해당 아파트 소유자는 여전히 박 후보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 후보는 “올해 2월에 매매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은 상태이며 잔금 처리는 6월 18일에 된다”고 설명했다. 잔금 처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거주용이었다는 해명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9년 6월 이 아파트를 매입한 뒤 주소지를 옮기지 않았다가 11년 뒤인 지난해 2월 25일 전입했다. 이 변호사가 매입할 때 기재한 주소지는 도쿄 롯폰기의 한 아파트로 서류상으로는 지난 2009년부터 롯폰기 아파트에 살다가 2020년에서야 전입한 셈이다. 박 후보는 임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지난 23일 “남편이 한국에 들어온 뒤 갑자기 집을 팔 수 없어 임대를 준 기간이 있다”며 “다시 한국과 일본 일을 겸직하고 있어 그 아파트를 쓰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후보자가 해당 아파트를 9억 7300만원이라고 신고한 게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당 아파트는 2021년 3월 환율 기준으로 약 12억~13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부동산은 공시지가 혹은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해야 하는데, 일본은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공시지가를 산정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가 다른 부동산의 지가를 적용해 재산을 신고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박형준, 엘시티 로열층 특혜 분양 의혹…매매자 아들이라 ‘논란’
부산시장 보선 또한 부동산 특혜 의혹으로 뒤덮였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배우자 명의로 된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21억 1500만원)를 신고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부인과 딸이 소유한 17·18층 로열층을 특혜 분양받았다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박 후보 측은 판매자를 가린 매매계약서를 공개하며 특혜 분양 의혹을 반박했는데, 정작 아파트를 판 사람이 박 후보 부인이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박 후보 부인 조모씨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자신의 아들 최씨에게서 웃돈 1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다. 최씨는 2015년 10월 분양권을 갖고 있던 이모씨에게 20억 2200만원을 주고 집을 샀다. 웃돈은 700만원이었다. 같은 날 조씨의 딸 최모씨도 웃돈 500만원을 주고 바로 아래층을 분양받았다. 최초 분양자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민주당은 웃돈이 500만~7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 “아들이 엘시티 분양권을 살 당시엔 미분양도 많았고 분양권을 내놓은 사람들도 많았다”며 “그렇게 프리미엄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부인이 해당 아파트를 산 경위에 대해선 “아들의 엘시티 입주 최종 시한까지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계약금과 이자 등 손해가 발생할 처지가 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은 1억원이었다.
박 후보가 기장군 청광리에 배우자 명의로 된 건물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도 논란이다. 박 후보는 지난 23일 변경신청을 해 재산이 당초 45억 8475만원에서 48억 2015만원으로 2억 3540만원 늘어났다. 박 후보 측은 “집을 지어놓고 건축사가 등기를 하지 않아 실수로 재산신고에 누락된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어제 선관위에 변경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건물이 거주용이란 의혹에 대해선 “해당 건물은 김종학 작가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도 김영춘 민주당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진구청은 2018년 부산진구 부암동 김 후보 친형땅을 매입해 건강센터 건립을 추진했는데, 국민의힘은 “검찰 불기소 결정서와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부암동 건강센터 부지는 원래 적합한 부지가 아니었다”면서 “김 후보 측근이 구청장에 당선된 뒤 부지 매입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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