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대각선으로 가로막았던 초대형 메가급 컨테이너 화물선인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방향이 80%가량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간)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사마 라비(Osama Rabie) SCA 청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에버기븐호가 예인 노력에 반응해 성공적으로 선체가 부양하기 시작했다”면서 “제방과 4m 거리에 있던 (에버기븐호의) 선미가 이제는 제방에서 102m 떨어졌다”고 말했다.
라비 청장은 에버기븐호의 방향이 80%가량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히며, 배를 완전히 돌리기 위한 예인 작업 시도가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시간 기준 오후 6시 30분경에에버기븐호의 방향을 운하 항로와 평행을 만들기 위한 예인 작업을 다시 시도할 거란 얘기다.
관련기사
에버기븐호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예인 작업팀의 노력에도 28일 오후까지만 해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물류, 원유 등 국제무역 시장이 수 주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거란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수에즈 운하의 수위가 28일부터 밀물로 인해 높아지면서 예인 작업에 성과가 나타났고, 이날 오전 4시 30분경 에버기븐호가 좌초 일주일 만에 물에 띄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SCA 측과 선주인 일본 쇼에이기센(Shoei Kisen)이 고용한 구난전문업체 스미트샐비지(Smit Salvage)는 사고 선박의 선수 부분에 박혔던 제방과 배 밑 쪽을 파내 예인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 예인선 10대 이상을 투입해 선체를 네 개의 방향에서 끌며 에버기븐호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시도했다.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측됐던 에버기븐호의 예인 작업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자, 해운업계는 세계 무역업계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기븐호가 물에 뜨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사고로 수에즈 운하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의 운항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라비 총장은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배가 완전히 물에 뜨면 운하는 24시간 가동될 것”이라며 “그동안 사고로 대기 중이던 선박들을 통과시키는 데 3.5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25일) 정오까지 선박 운항이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1초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운하 정상화를 기다리는 선박이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액화석유가스(LNG)선, 액화천연가스선(LNG)선 등 최소 369척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