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뒤늦게 檢 협조 당부한 文 “부동산 정책 평가 반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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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3-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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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개월 만에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발본색원 강조

  • “국민 분노 엄중히 받아들여야…끝까지 파헤쳐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정세균 국무총리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달라”며 “하다 보면 조사와 수사 대상이 넓어질 수도 있는데 멈추지 말고,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와 수사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평가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4·7 재보선 앞두고 여론 악화 차단 총력…재발 방지책 약속
특히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검찰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동안 정부는 검찰보다는 자체 조사 방침에 무게를 뒀다가 ‘셀프 조사’,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검찰 등 사정기관장들을 향해 “정부의 모든 행정 능력과 수사력을 동원한 특별수사와 조사에서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여 달라”면서 “수사주체인 경찰에 국세청과 금융위원회가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검찰도 각별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도 “직접 수사 대상은 검찰 스스로 수사하겠지만 강제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구속영장의 청구, 기소-공소유지의 보완, 양형, 부당한 투기 이익 환수 및 몰수 추징 등의 영역에선 두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양대 수사기관은 오랜 부동산 수사 경험을 서로 공유해서, 강력한 수사-실효성 있는 수사-신속한 수사로 부동산 부패가 용납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부동산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강남 아파트의 전셋값 인상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관련 보도 후 하루 만에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승진 임명했다. 김상조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신중한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열흘도 채 남지 않은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레임덕 등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발표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였던 지난주 조사보다 소폭 올랐지만, 부정 평가 비율은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완료해 발표한 3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집계 대비 0.3%포인트(p) 오른 34.4%로 집계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보다 0.3%p 오른 62.5%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름·무응답’은 0.6%p 감소한 3.1%다.

문 대통령은 LH 사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는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과, 공평한 기회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짓밟았다”면서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국민의 기대도 무너뜨렸고 대다수 공직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달라”며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공직자 대상 재산 등록제 확대·시행 △임명 후 재산 변동 상시 점검 시스템 구축 △부동산거래분석원 등 상설 감시기구 설치 △농지 취득 심사 대폭 강화 등을 제시했다. 국회에는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직자이해충돌 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해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예금 14억원’ 보유했는데…김상조, ‘전셋값 인상’ 논란에 경질
문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에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의구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에 대한 사태도 여전히 물음표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금호동 집의)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올렸다’는 것인데 예금만 14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29일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이른바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본인 소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렸다.

하지만 관보에 게재된 지난해 말 기준 김 전 실장의 재산내역을 살펴보면 본인 명의의 예금이 9억4645만원, 부인 명의의 예금이 4억4435만원인 것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모친(6090만원), 장남(2146만원) 등을 합치면 지난해 말 총 예금액은 14억7317만원에 달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이 일에 대해 사전에 청와대 내부에서 설명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번 교체는) 굳이 이번 건만의 영향은 아니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본인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강력히 의사를 표명했다”고만 답했다.

한편 임명된 지 1년 9개월 만에 교체된 김 전 실장은 전임자인 장하성(1년 6개월), 김수현(7개월)의 임기를 넘어서며 이번 정부의 ‘최장수 정책실장’으로 기록됐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재벌개혁’의 상징으로 불린 그는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기용돼 대기업 문제를 다룬 뒤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에 올랐다.

김 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고별인사를 통해 “정책실을 재정비해 2·4대책 등 부동산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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